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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연재중 > 최경춘 교수의 \'쉽게 풀어 보는 천자\'

[424] 갖출 구 具 반찬 선 膳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27일
↑↑ 최 경 춘
서예가·문학박사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
choisukcho@dongguk.ac.kr
ⓒ 서라벌신문
‘갖출 구 具’자는 부수가 ‘여덟 팔 八’자로 의미부인 ‘솥 정 鼎’자와 또 다른 의미부인 ‘두 손 마주 잡을 공 廾’자로 이루어진 회의(會意)자이다. ‘여덟 팔 八’자는 제부수로 갑골문에서부터 어떤 물체가 두 쪽으로 대칭되게 나누어진 모습을 한 지사(指事)자이다. 지금은 ‘여덟’이라는 숫자로 쓰이지만, ‘나누다’는 뜻으로 풀이한 『설문해자』의 말처럼 어떤 물체가 두 쪽으로 대칭되게 나누어진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덟 팔 八’자는 소전에서도 자형은 사물이 둘로 나누어져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첫째, 둘로 나누어지는 기본 수 중에서 가장 큰 여덟을 뜻하고, 둘째, 서로 나누어져 배반한다는 뜻도 있다. 이때는 음이 ‘팔’이 아니고 ‘배’가 된다. ‘여덟 팔 八’자가 나누어져서 ‘배반할 배’자로 쓰인 용례가 없고, 다만 ‘육서본의(六書本義)’에만 나와 있기에 ‘여덟 팔 八’자의 ‘자해(字解)’에는 넣지 않는다. ‘솥 정 鼎’자는 고대 청동기 중 가장 대표적인 기물로, 세 발(足)과 볼록한 배(腹)와 두 귀(耳)를 가졌는데, 발에 무늬를 그려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기도 했다. 소전체로 오면서 두 귀와 몸통이 합쳐져 ‘눈 목 目’자로 잘못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세 발은 균형을 잡는데 가장 이상적인 구도로 알려졌다. 그래서 정립(鼎立)은 솥(鼎)의 세 발이 균형을 잡고 선(立) 것처럼 세 나라 세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을 말한다. 네 발로 된 것도 보이지만 세 발로 된 것이 정형이며, 네 발로 된 것은 방정(方鼎)이라 불렀다. ‘솥 정 鼎’자로 대표되는 청동기는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고대 중국이 9개의 주(州)로 나뉘었던 것처럼 구정(九鼎)은 국가 정통성의 대명사였다. ‘두 손 마주 잡을 공 廾’자는 두 손을 마주 잡은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손을 마주 잡고 높이 들어 공손함을 표시했다. 해서에 들면서 ‘두 손 마주 잡을 공 廾’자는 오래된 술을 담은 술독(酋)을 두 손으로 받들고 바치는 모습을 그린 ‘제사 지낼 전 奠’자나 어떤 물건을 함께 든 모습인 ‘함께 공 共’자에서처럼 ‘큰 대 大’자나 ‘여덟 팔 八’자로 변하기도 했다.
ⓒ 서라벌신문
‘갖출 구 具’자는 두 손(廾)으로 솥(鼎)을 드는 모습으로, 가장 대표적인 음식 그릇(鼎)을 갖추었음(具備)을 그렸고, 이로부터 갖추다, 완비하다, 옷 등을 갖추어 입다, 기물, 기구 등의 뜻이 나왔다. 이후 ‘솥 정 鼎’자와 모습이 유사한 ‘조개 패 貝’자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는데, 재산(貝)을 갖춘다는 의미를 부각시켰다.
‘반찬 선 膳’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고기 육 肉·⺼’자와 소리부인 ‘착할 선 善’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고기 육 肉·⺼’자는 살결이 보이는 고깃덩어리를 그렸으며, 고기나 과실의 과육 등을 말하는데, 이후 따로 쓰거나 상하 구조에는 ‘冃·肉’자, 좌우 구조에는 ‘月’자로 구분해 썼다. ‘고기 육 肉·月’자가 둘 중복되면 ‘많을 다 多’자, 손(又)에 고기(肉·月)를 쥔 모습이 ‘있을 유 有’자가 되는 것처럼 ‘고기 육 肉·月’자는 소유의 상징이었으며, 뼈와 살로 구성된 몸의 특징 때문에 각종 신체 부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일부 방언에서는 행동이나 성질이 느린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현대 한자에서는 ‘고기 육 肉·月’자와 자형이 비슷한 ‘달 월 月’자와 종종 혼용되기도 한다. ‘착할 선 善’자는 양(羊)의 신비한 능력으로 말다툼(誩)의 시시비비를 판정해준다는 신판(神判)의 의미로부터 길상과 훌륭함의 의미를 그렸는데, 자형이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반찬 선 膳’자는 음식을 말하며, 음식을 올리다, 먹다, 조리하다 등의 뜻이 나왔으며, 선물의 의미로도 쓰였는데, 고기(肉)가 음식과 선물의 훌륭한(善) 대표였음을 말해준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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