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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연재중 > 최경춘 교수의 \'쉽게 풀어 보는 천자\'

[410] 맡길 위 委 일산 예 翳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1월 07일
↑↑ 최 경 춘
서예가·문학박사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
choisukcho@dongguk.ac.kr
ⓒ 서라벌신문
‘맡길 위 委’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여자 여 女’자와 또 다른 의미부인 ‘벼 화 禾’자로 이루어진 회의(會意)자이다. ‘여자 여 女’자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이 앉은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자 여 女’자는 인류의 기원이자 무한한 생산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여자 여 女’자와 관련하여 파생된 글자의 유형을 크게 다섯으로 첫째, 모계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모습을 그리고 여인이 최고임을 의미하는 ‘임금 후 后’자처럼 여성이 아이를 생산함을 표현한 것, 둘째, 여자(女)의 유방을 뜻하는 두 점을 찍어 만든 ‘어미 모 母’자처럼 어미가 아이를 양육함을 표현한 것, 셋째, ‘고울 연 姸’자, ‘아리따울 요 妖’자, ‘아름다울 미 媚’자, ‘예쁠 교 姣’자처럼 여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 넷째, 명령(口)을 따르는 여성이라는 의미의 ‘같을 여 如’자처럼 인류가 부권사회로 옮겨가면서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를 의미하는 것, 다섯째, ‘간사할 간 姦’자, ‘범할 간 奸’자, ‘시기할 질 嫉’자, ‘시샘할 투 妬’자처럼 사회적 약자가 된 여성의 간사하고 투기 잘하는 비천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살필 수 있다.
‘벼 화 禾’자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양인데, 이를 주로 ‘벼’로 풀이하지만 벼가 남방에서 수입된 것임을 고려하면 갑골문을 사용하던 황하 중류의 중원 지역에서 그려낸 것은 야생 ‘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벼가 수입되면서 오랜 주식이었던 조를 대신해 모든 곡물의 대표로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벼’, ‘수확’과 관련되어 있으며, 곡물은 중요한 재산이자 세금으로 내는 물품이었기에 세금(稅金) 등에 관련된 글자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벼 화 禾’자와 관련되어 조자 된 글자들은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벼와 직접 관련된 경우, 둘째 곡식 수확과 관련된 경우, 셋째 재산이나 세금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 서라벌신문
‘맡길 위 委’자는 ‘여자 여 女’자는 부드럽고 유약함을 상징하고 ‘벼 화 禾’자는 아래로 늘어진 이삭을 그렸다. 이로부터 순종하다, 예속되다, 부탁하다, 위임(委任)하다, 버리다, 방치하다, 아래로 늘어지다. 구불구불하다 등의 뜻이 나왔다.
‘일산 예 翳’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깃 우 羽’자와 소리부인 ‘앓는 소리 예 殹’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깃 우 羽’자는 깃촉(羽莖)과 털이 갖추어진 깃털을 그렸다. 날짐승의 털을 ‘깃 우 羽’, 길짐승의 털을 ‘털 모 毛’라고 한 것처럼, 새의 깃털은 날 수 있는 날개이자 자신을 뽐내는 수컷의 상징물이었으며, 활이나 붓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했다. ‘깃 우 羽’자와 관련되어 파생된 글자의 유형을 크게 셋으로 첫째, 멋진 깃털(羽)을 가진 새(隹)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꿩 적 翟’자처럼 깃털의 의미로 쓰인 경우, 둘째, 두 손(廾)으로 활을 쏘는 모습을 형상화한 ‘사람이름 예 羿’자처럼 깃으로 만든 각종 물품을 말하는 경우, 셋째, 한쪽이 아닌 양쪽 날개(羽)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날개 익 翼’자처럼 날개와 나는 것을 상징하는 경우로 살필 수 있다. ‘앓는 소리 예 殹’자는 원래 의원(醫院)을 나타낸 글자로, 전쟁터에서 맞은 화살(矢)을 뽑아 상자(匚)에 넣어둔 모양이다. 이후 손에 갈고리를 든 모습의 ‘창 수 殳’자가 더해져 현재의 글자가 되었다.
‘일산 예 翳’자는 깃(羽)을 모아 만든 햇빛 가리개를 말하는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당시 군주가 타는 수레 위에 씌우는 우보당(羽葆幢)을 일컬었던 글자이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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