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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계림의 가을〉

고암 이응노(李應魯, 1904~1989)
최부식 기자 기자 / 입력 : 2017년 07월 25일
   
▲ 연대미상, 한지에 수묵담채, 58×76cm

이응노 화가가 그린 계림의 늦가을 풍경이 담긴 수묵화다. 잎이 진 나뭇가지들과 매달린 노란 잎들을 보면 가을인데, 그린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경주예술학교 교수(1954년)로 경주로 오갔을 때 그렸으리라 짐작된다.

이는 작가가 안압지, 석빙고, 첨성대 등을 돌아다니며 몇 점의 스케치를 남겼고, ‘신나예술(新羅藝術)의 기백(氣魄) 경주기행(慶州紀行)’이라는 제목의 기사(『동아일보』1955. 5. 17)에서 이응노는 ‘심장을 뛰게 한 고왕릉과 박물관의 석조물, 불상들의 기품과 불국사의 두 탑에서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으로 간소화한 기품과 신라의 불념을 평화적 곡선미를 보여 준다’며 신라 문화를 극찬한 글이 있기 때문이다. 

고암 이응노는 한국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출신 프랑스 작가다. 프랑스 작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내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타의에 의한 프랑스 국적을 얻었고 그곳에서 타계했기 때문이다. 1967년 우리 정부가 조작한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 그러했는데, 6.25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베를린에 갔다가 국내로 납치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온갖 신산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한국 미술계에 남긴 족적은 위대하다. 

충청도 홍성에서 난 이응노 화가는 젊을 때 산제당의 단청을 그린 단청 칠장이에서 시작해 일본 유학, 귀국 후 국내 활동과 더불어 프랑스로 간 뒤에는 유럽에서 반추상에 가까운 표현적인 작품 활동으로 주목 받는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군상’, ‘문자도’ 등 수묵 추상세계를 유럽의 주요 미술관들이 초대해 전시회를 열었으며, 국내적으로도 묵화 위주의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개척한 공로가 매우 크다. 

고암은 ‘계림의 고목과 금강역사 조각에 큰 영감을 받아 이후 돌, 나무 종이, 세라믹, 패브릭 등의 재료를 중심으로 작품의 영역이 원시적 형태를 통한 강한 표현력의 발산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평을 받는데, 세계적인 화가 고암이 경주와 맺은 인연과 작품을 다시금 새겨본다.  

서라벌신문은 ‘계림, 신화의 숲’의 작품들을 (재)경주문화재단과 상호협의 후 매주 연재 전시한다.
■ 전시기간 : ~ 9. 10 / 장소 :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최부식 기자 기자 / 입력 : 2017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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