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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과 준초의 만남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13일

↑↑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속에서도 분노, 갈등, 이념의 대결이 극치에 다다른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한 잔의 차는 기다림과 사유의 미학이다. 찻물을 끓이고 다관에 찻잎을 넣고 우려내는 기다림,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잠시 성찰의 세계로 항해를 해본다. 이권을 가진 자와 이권을 빼앗으려는 이들의 궁지에 몰린 삶도 결국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란 절대적 시간의 블랙홀로 소멸하고 만다. 우매한 우리 중생들은 무엇 때문에 선택받은 소수가 구성한 구조 안에서 발버둥치고, 스스로 삶을 옥죄고 가두는 또 다른 구조를 생성하며 살아가는가.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시간이 선사하는 사유의 자유로움을 통해 구조 밖을 넘나들며 기다림과 성찰의 아름다움을 꽃피울 수는 없단 말인가.

일본 국왕의 국서 내용
조선 세조 9년(1463)에 방문한 ‘일본국왕사’ 월종준초와 앙지범고 일행이 가지고 온 일본 국왕 국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조 3년*1457) 교토 오산(五山)사찰 중 한곳인 겐닌지(建仁寺) 재건에 자금 지원을 해준 데에 감사 표시. 둘째, 조선정부의 무로마치 막부와 대명조공무역 중재 요청. 셋째, 세조 5년(1459) 8월 해상 조난사고를 당한 조선통신사 송처검의 고혼을 달래기 위한 수륙천도제를 교토 텐류지(天龍寺) 개최 및 통신사 파견요청. 넷째, 텐류지 재건 자금요청.
이와 같은 일본 국왕의 국서 내용을 검토한 조선 조정은 일본측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신사 재파견 요청은 바닷길이 험하여 조난 위험이 있다고 회피하였고, 텐류지 재건 동전(銅錢) 요청은 면포로 대체하기로 했다. 세조는 조정 신료들에게 일본측에 면포 600필을 주고자 하는데 어떠한지 물어보니 여러 신료들이 지극히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조선 왕조가 개국한 지 한 세기가 지났으므로 대외관계법이 엄격히 잘 확립되었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다. 월종준초 사행의 부당한 동전 청구 요청을 국서에 기록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들어 단호히 거부하였던 것이다. 동전과 면포를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내용을 볼 때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화폐 가치와 금융통화제도에 관해 귀중한 기록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신라고도 경주로 가는 일본국왕사
‘일본국왕사’ 월종준초 사행은 서울에서 조선 세조 조정의 여러 문신들과 시문외교(詩文外交)를 통해 시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전해지고 있는 시는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의 문집에 한 수의 시가 남아있다. 강희맹이 1463년 준초에게 지어준 시를 보았을 때 매월당이 『유금오록』에 남긴 “여일동승준장노화”의 주인공은 일본국왕사 월종준초가 분명하다. 준초사행은 세조로부터 융숭한 하사품을 받고 하직인사를 한 다음 상경로를 역순으로 울산 염포왜관에 당도했다. 그들은 염포왜관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계절풍을 기다렸다.
1464년 1월경 매월당과 준초의 만남이 염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준초는 일본국왕사, 즉 외교사절이었기에 국토예의에 입각하여 매월당의 방문을 먼저 받고 이에 답례차 매월당이 기거하고 있는 신라고도 경주 금오산 용장사 초암을 방문했다. 그들은 매월당과 신라 불교 사상과 초암차 정신에 대해 고담준론을 나누었던 것이다. 또한 준초는 오랫동안 동경해온 선진 문명인 신라 불교 문물들이 산재한 곳인 신라 천년 고도 경주를 매월당의 안내를 받아 불교 사찰과 유적들을 참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라 불교는 8세기 일본 불교에 커더란 영향을 주었고 현재 일본 나라지방에는 신라 불교 영향을 받은 유물들이 남아있다. 특히 해동보살로 유명한 원효성인의 저술들이 정작 고향인 한국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일본에는 많이 남아있기에 신라 불교사상이 일본 불교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본국왕사 자격으로 조선을 방문한 월종준초는 당시 교토 오산(五山) 출신의 문학승으로서 한시(漢詩)를 짓는데 탁월하였다. 그는 분명히 조선방문 일기를 남겼으리라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이점을 주목하여 일본 교토의 오산 사찰의 고문서 보관서와 대학도서관 등을 수십 차례 조사하였으나 아쉽게도 준초의 조선 방문일기나 시문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 방면에 눈밝은 연구자들이 많이 나와서 준초의 조선 방문일기가 발견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세조실록에 기록된 일본국왕사 준초일행에 관한 기사
ⓒ 서라벌신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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