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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의 울산기행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0월 17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금년은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일본의 아베 정권이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의 태도를 트집 잡아 갑자기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적 침략행위를 감행하면서 전 국민들의 가슴에 분노의 불길을 지폈다. 중세 한·일 차문화 교류사를 연구하는 필자도 NO일본 운동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일의대수(一衣帶水)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였던가? 굳이 필설로 표현하지 않아도 과거 아픈 역사의 경험을 우리 국민 모두가 아직 잊지 못한 채 기억하고 있다. 어떤 금전적이나 물질적 보상 따위가 아닌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을 때까지 우리국민들이 한 뜻이 되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금지를 실천중이다.
한편, 우리 정치권에서도 토착 왜구세력이니 좌파 항일세력이니 하는 때 아닌 낡은 이념논쟁의 메아리가 끝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힘만으로 독립을 이뤄내지 못한 채 1945년 광복 직후 친일 잔재 세력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목숨을 던지며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투사들이 국론이 분열되어 아직도 무례한 태도를 일삼는 일본에게 한마음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있는 행태를 보고 있자면 편히 땅속에서도 눈감지 못한 채 통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
일본 이웃은 우리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다. 현재진행형의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양심과 지성에 입각한 행동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한국과 일본의 차세대들이 서로 손을 잡고 21세기 동아시아 신문명을 화려하게 꽃 피울 수 있는 협력 관계가 가능할 것이다.

15세기 한·일 평화의 시대

중세한일관계사에 있어서 가장 문화교류의 평화가 있었던 시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월당이 살아갔던 시대였다. 15세기 초반 일본은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조선과는 평화 공존과 선린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무로마치 막부는 1404년부터 임난 직전인 1591년까지 조선에 68회에 걸쳐 일본국왕사(日本國王使)를 파견하여 조선으로부터 불교의 대장경과 불화, 범종, 그리고 수묵화, 초암차 등 많은 정신적, 문화적 선진문물들을 받아들였다. 조선 정부는 1426년(세종 8년) 쓰시마 도주 소오 사다모리(宗貞盛)의 요청으로 웅천(현재 진해)의 내이포(薺浦), 동래(釜山浦), 울산의 염포(鹽浦) 등 삼포를 개항하여 소위 ‘Japan Town’을 허가하여 일본인들의 무역활동과 생계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조선으로부터 전수받은 이러한 선진 문물들은 중세 일본의 무로마치 문화를 꽃피우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매월당도 1464년(세조 10)년 이른 봄 무로마치시대 ‘일본국왕사’로 울산 염포를 통해 조선을 방문한 ‘월종준초(日本 京都 天龍寺 부주지, 五山文學僧’에게 초암차(韓茶) 정신이 깃든 차시(茶詩)를 지어주며 초암차의 정신세계를 일본에 전파했다. 일본국왕사 ‘월종준초’는 당시 60세가 넘은 무로마치 시대 일본 최고의 문학승으로 한학과 불교 선학에 아주 박식한 인물이었다. 그는 매월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초암차 정신을 일본으로 돌아가 교토 다이도쿠지(大德寺) 고승 잇규(一休)에게 전파시켰다. 이어 다시 무라다슈코(村田珠光), 센노리큐(千利休)에 의해 와비차(佗び茶)란 새로운 다도(茶道)가 탄생되어 오늘날 일본이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ⁱ⁾ 이처럼 매월당이 주창한 초암차의 일본 전파는 15세기 조선과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평화와 선린외교가 낳은 아름다운 문화교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중종 대에 이조 참의를 지낸 이가신이 집필한 『행장』을 참고하여 매월당이 경주에서 울산 지역을 유람하고 시를 남기게 된 연유를 추측해보면, 아마도 울산에 살고 있었던 문신 양희지(楊熙止, 1439-1504 충숙공 이예의 손녀 사위. 그는 서거정에게 태화루 중수기를 부탁했다.)의 권유 때문으로 보인다.

-태화루(太和樓)-

높은 누각 멀리 대마도가 보이고(高樓直望島夷洲·고루직망도이주)/ 끝이 없는 푸른 바다는 밤낮으로 물결치네(滄海無邊日夜浮·창해부변일야부)/ 하늘은 더 넓어 구름 한 점 없는데(天闊更無塵半點·천활경무진반점)/ 밝아 오는 숲에는 귤나무 우거졌네(林明時見橘千頭·임명시견귤천두)/ 난간에서 바라보는 서쪽 하늘 먼 고향(倚欄西望鄕關遠·기난서망향관원)/ 동쪽 땅에서 시 읊으며 세월만 보냈구나(題柱東遊歲月遒·제주동유세월주)/ 삼한 땅 두루 다니다 울산까지 왔는데(行遍三韓來絶域·행편삼한래절역)/ 내 마음 아는 이 갈매기뿐이구나(相知唯有一閑鷗·상지유유일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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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정간 《한차문명의 동전》
↑↑ 울산 태화루에서 바라본 태화강. 최근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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