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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매월당 다향(茶香)을 따라

복원된 태화루에 올라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8월 08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날씨가 무더울 땐 글쓰기와 답사도 고역이다. 필자는 여름철에는 고즈넉한 암자를 찾거나 종가고택을 찾아,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사유의 바다로 피서를 떠나곤 한다. 그러나 그것도 너무 빈번하면 그 지역에 계신 분들에게 민폐가 된다. 그래서 금년 여름에는 좀 특별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경주에서 조금 떨어진 울산광역시 태화강가에 복원된 태화루(太和樓)에 올라 태화강 십리 대숲을 보며 시원한 자연 바람을 벗 삼아 글도 쓰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기로 했다.
울산 태화루를 답사하기 위해 나는 경주역에서 일부러 천천히 달리는 완행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완행열차는 무한한 시정을 자아냈다. 열차는 불국사역을 지나 호계역을 거쳐 울산 태화강역에 도착했다. 무궁화호 내부는 오히려 고속기차인 KTX와 SRT 열차의 내부보다 넓었고,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제 동해 남부선이 곧 복선전철화가 이뤄지면 100년 동안 부산, 울산, 경주 시민의 애환을 실어 날랐던 완행 무궁화호와 기관사는 추억의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오늘날의 초고속 문명 발전이 괜히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월당의 사유가 경주에 끼친 영향

며칠 전 국회입법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한공식 후배가 서라벌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매월당 기행을 잘 애독하고 있다는 안부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상경하면 국회사무실로 한번 방문해서 매월당의 사유 세계가 당시 경주 지식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다소 뜻밖의 전화였다.
우선 보잘 것 없는 필자의 글을 읽어주고 있는 사실에 깊은 감명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공식 차장은 굉장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주에서 서쪽 신라고분군이 산재한 금척 출신으로 경주역 철도 공무원을 거쳐 입법고시에 합격한 후 우리나라 국회입법 행정의 최고자리까지 오른, 그야말로 흙수저 출신의 역경을 본인의 힘으로 넘어 개천에서 용이 된 특별한 인재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린 날 국회에 있는 한 차장에게 방문했다. 그는 소탈한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작설차는 아니지만 녹차 한잔으로 차담을 나누었다. 국회에서 여야 간 극한대립을 초래했던 패스트트랙의 태풍이 지나간 후라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한 차장이 먼저 운을 때기를 비록 몸은 타향에서 나랏밥을 먹고 있지만 고향 경주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의 주제가 곧바로 매월당으로 옮겨졌고 매월당의 인간적인 매력과 그의 애민사상, 경주에서의 생활 등으로 이어졌다.
한 차장은 입법행정가지만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겸손한 심성이 그의 풍모에 드러나고 있었다. 집안이 곡산 한씨라 수운 최제우 선생의 외손 뻘이 되었기에 오래된 친척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1시간이 넘은 다담에서 우리 두 사람의 결론은 낡은 구조를 깨부수는 매월당의 사유세계가 경주 유교 지식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매월당의 혁신적인 사유정신은 후일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학사상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수운과 해월 선생은 경주가 낳은 세계적인 인권사상가이자,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의 실천적 혁명가가 아니었던가. 이처럼 한사람의 위대한 사상가가 경주에서 탄생되기 까지는 다양한 선현들의 사상적 토양이 필요하다.

↑↑ 울산 태화강가에 복원된 태화루. 매월당도 태화루에 올라 시를 남겼다.
ⓒ 서라벌신문
탐욕과 결핍


속도와 경쟁, 탐욕과 결핍, 승자독식의 대문명사적인 전환기에 오늘의 위대한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는 어떠한가? 다른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그렇지만 경주시민들은 위대한 정신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탄만 하고 있기보단 깨어난 시민 정신을 가지고 역사의식을 새기고 있다. 위대한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를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다방면에서 세계 속의 위대한 인재를 계속 탄생시킬 잠재력이기도 하다. 필자는 국회를 나설 떄 한차장의 책상위에 놓인 영국 출신의 유명한 역사가인 토니 주트(Tony Judt, 1948-2010)의 불멸의 명저인 포스트 워(Post War)를 발견했다. 그 역시도 낡은 구조의 틀을 깨고 세상이 변화하고 진보하길 바란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월당과 토니 주트는 시공간을 초월해 통시적인 사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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