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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매월당 다향(茶香)을 따라

삼한통일의 영웅 김유신장군묘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6월 13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나의 유년시절 놀이터는 김유신 장군묘였다. 아침이면 선친의 손을 잡고 경주 성건동 본가를 출발하여 삼랑사지 “당간지주”를 지나 서천냇가 삽다리를 건너 비단결보다 더 고운 은모래를 밟으며 송화산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송화산의 동쪽으로 가다보면 언제 난지도 모르는 오래된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그 숲속에 김유신 장군묘가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린 눈에는 김유신 장군묘가 마치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보였다. 선친이 들려주시는 김유신 장군의 삼국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열박산(咽薄山)에 올라 기도를 드리고 검술을 연마했다는 영웅담은 무척 재미있었다. 묘역을 이리 저리 뛰어 놀며 선친으로부터 묘역둘레 호석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에 화선지를 붙여 탁본하는 방법을 놀이삼아 배웠다. 그때만 해도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을 때라 나는 집에서 붓에 먹물을 묻혀 방문이나 벽에 칠하다가 야단을 맞고 신라 와당에 탁본을 뜨는 것이 나의 어린 시절 지적 감성을 자극하는 몇안되는 놀이 중 하나였다. 55년이 지난 수일 전 녹색 파도가 일렁이는 오후 김유신 장군묘역을 답사하면서 조선시대 매월당은 김유신 장군 묘를 어떤 생각으로 참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통일염원 기도장 열박산(咽薄山)

열박산은 현재 백운산(白雲山)으로 불리고 있으며 경주 시내에서 남쪽으로 가장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다. 옛날에는 경주에 속해 있었으나 현재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 속해있는 해발 892.7m의 산이다.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의하면 열박산은 장군이 18세 때(진평왕 34년, 서기 612년) 삼한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보검을 휴대하고 산 깊숙이 들어가 향을 피우고 하늘에 고하던 기도장인 동시에 병법을 연구한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여지승람』과 『동경잡기』에도 기록되어 있다. 또한 열박산의 위치도 재부남 35리(在府南三十五里)라고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신라사를 연구하던 일본인 학자 이마니시류(今西龍) 등도 열박산 유적지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허사로 끝났다. 열박산 김유신 장군 통일 기도장 유적지가 우리 학계 최초로 발견되어 보고된 것은 1971년 1월 필자의 선친인 석당 최남주(1905-1980)에 의해서였다.(조선일보1971.1.10. 사회면 톱기사, 1월 15일, 1월 31일 참조) 열박산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학계에 전해지자 국문학자 양주동(1903-1977)은 “열박산이 따로있다”라고 조선일보에 논쟁의 불길을 당겼고 선친은 “열박산은 백운산이 틀림없다.”는 반론을 펼쳤다. 결국 양주동의 실고(失考)로서 논쟁은 끝이 났다. 이 논쟁을 통해 세인들에게 잊혀진 김유신 장군 삼국통일염원 기도장인 열박산(백운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모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낙동정맥 영남알프스 연봉에 자리하고 있는 열박산은 영산 중의 영산이다. 정상에는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기원한 기도처인 감투바위아래 30명 정도 수련이 가능한 거대한 석굴이 현존하고 있다. 또한 북쪽 방향으로 삼각형의 봉우리는 삼강수암(三江水岩)이라고 불리는데 이 바위에 떨어지는 빗물이 동쪽으로 경주 형산강, 동남쪽으로 울산 태화강, 서쪽으로 밀양 낙동강으로 흐른다고 하여 3강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특히 이곳은 태화강의 발원지로서 탑골샘을 거쳐 미호천과 화랑유적지가 있는 “천전리석각”을 휘돌아 반구대를 거쳐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이 물길이 태화강 백리길이다. 열박산 중턱에 신라시대 무명절터가 있고 선친이 답사할 당시에는 신라시대 초석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또한 태풍으로 인해 이곳 절터(탑골)에서 떠내려 온 석탑옥개석과 석등옥개석이 마을 어귀 계곡에 묻혀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민족보다 국가 생존이 최우선

김유신 장군의 최고 위업은 삼한통일과 대당전쟁을 통해 이 땅에서 당시 최강의 외세인 대당제국을 몰아낸 후 완전한 통일국가를 이룬 것이다. 역사학계 일부에서는 김유신 장군의 삼국통일을 당나라 힘을 빌려 외세 의존적이자 반민족적 통일이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당시 냉엄했던 동아시아 국제정치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즉, 고구려, 백제, 신라 왜, 당 등은 각자 민족의 생존보다는 국가의 생존 문제가 최우선이었다. 이는 굳이 역사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2015)의 『상상의 공동체』에서 정의된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다.’라는 개념을 논하지 않더라도 명약관화한 역사적 사실이다.
↑↑ 선친으로부터 유년시절 김유신 장군묘에서 탁본을 배우는 장면
ⓒ 서라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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