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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매월당 다향(茶香)을 따라

한국 최초 자유실천문학가 매월당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4월 18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춘삼월 남녘의 고도 벽도산 초암다실에 백설대신 봄비 속에 스며든 매화향이 들창 틈새로 들어와 그윽한 향기를 내고 있다, 매화의 고매한 품격과 뺴어난 자태에 금새 취하여 찻물을 끓였다. 이제 막 월산리 토흥선생 가마에서 나온 푸른옥색을 머금은 영청(影靑)다완에 하동차 한잔을 마시니 이 또한 지상신선이 아닌가. 매화향과 차는 옛 다인들로부터 세속의 이재(利財)와 명리(名利)를 초월한 정신세계와 마음의 진정한 동지였다. 매월당 역시 경주 금오산 용장사 초암다실에서 매화 핀 달밤에 차를 마시며 당시 세조에 의해 자행된 불의(不義)한 역사에 대해 울분을 달래기도 했다. 매월당은 엄밀히 말해 조선 세조 때 최고의 반체제 인사였다. 유교 유일의 이념 속에서 야만적인 권력이 만든 구조의 공고함을 파괴시켜서 불의함을 바꾸기 위해 세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민중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또한 자신의 사상적 사유와 자유문학적 의지를 통해 잘못된 역사에 도전했던 것이다. 매월당은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오늘의 시각에서 실천한 한국 최초의 역사철학자이요, 자유실천문학가였다.

역사의 교훈을 잊은 사람들

초암차실 안에서는 지상신선이지만 차실 을 열고 바깥세상을 나서보면 온통 아수라장이다. 자유한국당 모 의원들의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유공자들에 대한 망언, 전두환 대통령의 5‧18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법정 출석 때문에 세상은 크게 시끄럽다. 필자는 5‧18민주유공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들의 망언을 듣고 몹시 분노했고 그러한 망언을 내뱉은 의원들의 역사의식에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민주국가에서 다양한 역사해석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런 망언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은 분명 역사의 교훈을 잊은 사람들이다.
봄비가 초암차실의 들창을 세차게 두들기고 갔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도 삭힐 겸 연달아 차를 마시며 스페인계 이국인 철학자(하버드 대학교 철학교수 역임)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 1863-1962)의 데뷔작인 『美의식(The Sens of Beauty)』을 읽었다. 1896년에 쓰여진 이 책은 미의 재료와 형태, 표현 등을 비판적 실재론으로 서술되고 있다. 나중에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T.S 엘리엇(1888-1965)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필자는 1980년 5‧18민주항쟁 당시 육군사병 신분 최초로 국민의 군대가 총칼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광주애국시민들을 학살하는데 그 부당성을 고발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 후 계엄사 합수단에 체포되어 인간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야만적인 고문을 당한 끝에 그 이름도 기억하기 싫은 남한산성 육군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이 때 현재 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님과 함께 1년간 수형생활을 함께 했다.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시절이라 우리들의 미래는 매우 암담하였다. 그 해 겨울 남한산성 아래는 눈이 많이 내렸다.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하자면 무척 애연가였던 이해찬 대표에게 삼엄한 헌병들의 감시의 눈을 피해 담배를 여러차례 전달했다. 나중에 이 담배 사건이 들통나서 나는 큰 곤욕을 치뤘지만 지금은 40년 세월이 흘러 ‘그 해 겨울 남한산성의 추억’이 되었다. 그 후 역사는 우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다행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설중매를 보고 차를 마시다.

자유실천문학가인 매월당은 초암다실에서 세조의 불의한 권력 찬탈의 분노를 삭히며 설중매를 보고 차를 마시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눈을 보며(看雪·간설)-
“여섯 모가진 꽃이 공중으로부터 내리는데(六出花從空裏來·육출화종공리래)/ 창을 열고 누워 보니 낮게 맴도네(開窓閑臥看低回·개창한와산저회)/ 하늘 위의 향기 없는 꽃술을 전하여(解得天上無香蘂·해득천상무향예)/ 인간이 심지 않은 매화를 피워주네(能點人間不種梅·능점인간부종매)/ 동곽은 가난을 안고 길을 따라 돌아가고(東郭抱貧循路去·동곽포빈순로거)/ 자유는 흥겨워서 배를 타고 돌아오네(子猷乘興漾舟回·자유승흥양주회)/ 늙어가며 일 없이 화로가에 둘러 앉아(老夫無事圍爐畔·노부무사위로반)/ 도공(연명)의 차 한 잔을 달여 마시네(拈却陶公茗一杯·점각도공명일배)”
↑↑ 눈덮힌 경주금오산 용장사 매월당은 이곳 초암다실에서 설중매를 보고 차를 마시면서 불의한 역사의 교훈을 생각했다.
(사진츨처 한국산악사진작가협회)
ⓒ 서라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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