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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매월당 다향(茶香)을 따라

북명사(北命寺)를 아시나요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25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본 연재를 시작한 지도 어언 20회에 접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한 10회 정도 생각하고 시작했던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우리네들 고단한 삶과 함께 다녀갔다. 너무나도 부족한 졸고를 지금까지 독자님들께서 읽어주시고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기에 계속해서 용기를 내어 오랜 기간 쓸 수 있었고, 그 많은 사랑을 바탕으로 연재를 좀 더 이어가서 멋지게 끝맺음을 하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긴다.
특히 경주가 고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필자의 글을 읽고 격려를 보내준 『파리에서 사라진 혁명가 서영해』 저자 운곡(雲谷) 선생, 『아프카간 블루스』 저자 백임(白臨) 거사, 드라마 《올인》 유철용 감독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은 현암다실에 북풍한설 낙목한천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낮에는 차 한 잔 밤에는 곡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삶의 여정에 진정한 세한(歲寒)의 도반(道伴)이다.
누구보다 존재론적 사유가 깊은 유철용 감독은 인간 매월당의 매력에 무척 매료되어 있다. 언젠가 매월당의 초암차 소재를 활용하여 동양적인 SF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이 있다.
매월당의 『금오신화』에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귀신과의 감성적인 러브스토리가 내재되어 있다. 시간, 존재, 꿈, 현실 모두가 SF소설과 가깝다.
지난 회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세계적인 종교 역사학자인 동시에 소설가이다. 그의 시카고 대학 제자 중에는 너무나 유명한 영화 ‘대부’의 감독인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이 있다. 그의 작품마다 녹아있는 철학적 사유에는 엘리아데란 석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코플라 감독은 엘리아데 교수를 통해 학문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아 시간을 두고 깊은 통찰을 하며 기존의 생각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며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유도 그만큼 깊지 않았을 테고 독창적이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이와 같이 인문학적 사고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천천히 조금씩, 그 결은 층층이 쌓여 결국 지혜가 되고 철학이 되며 예술이 되고 또 하나의 사유가 된다. 하지만 요즘은 지혜가 아닌 찰나의 지식만을 강요하며 예술이 아닌 산업 표면에 걸친 돈만을 보고, 효율성과 생산성만 강조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진실을 우리 사회가 망각한 것은 아닐까.
2007년 코플라 감독은 엘리아데에 매혹된 나머지 그의 단편소설 『영원한 젊음』을 SF영화로 제작한다. 아마도 소설의 주인공인 노쇠한 언어학자 도미니크(팀 로스)가 코플라 감독 자신을 꼭 닮아서 그런지 그는 더욱 이 영화에 애착을 가지고 자비를 들여 제작하였다고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유 감독도 매월당 소재를 가지고 SF영화를 제작하여 아카데미상의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북명사를 찾아 나섰다.

                            산 사람은 청산에

↑↑ 북명사 무너진 신라석탑
ⓒ 서라벌신문
경주 북명사(北命寺)의 가장 오래된 문헌 기록은 15세기 매월당의 시집 유금오록 속에 “북명사의 모란을 보고”란 시이다. 그 다음은 동경잡기에 의하면 “부(府)의 남쪽 30리에 있다. 지금은 여염이 되었다. 속칭 명곡(椧谷홈실)이라고 하는데 석탑이 아직 남아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요즘 경주 사람들 중에 북명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행정구역상으로 북명사의 정확한 위치는 경주시 내남면 명계리(椧溪里) 홈실마을이다. 마을 좌우로 마석산이 가려서 마치 물 흐르는 홈통과 같은 형상이라 하여 홈실마을로 불리고 있다. 지금의 명계마을은 온통 자동차 길과 철길이 이리저리 개통되는 바람에 상처투성이다. 마을 남쪽 논 가운데 무너진 신라 3층석탑 옥개석과 갑석등 탑재들이 파손된 체로 흙더미 속 반 쯤 묻혀 있다. 이 마을 고노들의 중언에 의하면 본래는 3층석탑이 완전하게 서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어느 날 일본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탑재들이 사방으로 반출되었다고 한다. 파손된 옥개석(지붕석)을 볼 때 석탑규모가 상당했으리라 짐작된다. 남은 탑재들의 조각양식을 볼 때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매월당이 용장사 초암에 있을 때 거리상으로 가까운 천룡사를 거쳐 북명사를 답사한 것이다. 아마도 그는 북명사에 아름답게 핀 화왕 모란꽃을 보고 주자학의 그물망을 벗어나 자유로운 이방인의 눈으로 표현하였다.
-북명사에서 모란을 보며(北命寺看牧丹·북명사간목단)-
“산 사람은 청산에 눕는 것이 제격이라(山人端合臥靑山·산인단합와청산)/ 풍우가 소소하니 홀로 문을 닫고있네(風雨蕭蕭獨淹關·풍우소소독엄관)/ 기심이 아직 있으므로 그것을 위하여서(爲有機心猶尙在·위유기심유상재)/ 꽃을 보며 온종일 난간에 기대있네(看花終日倚欄干·간화종일기난간)”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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