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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다큐멘터리사진의 진수-④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20일
↑↑ 김 종 욱
사진가
ⓒ 서라벌신문
재한 일본인, 야기치요(八木千尾, 1927~, 일본 복강현)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필자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24명의 재한 일본인 처들 중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결혼한 유일한 할머니다. 야기치요는 징용자와의 만남 과정, 결혼 동기, 한국이주 이유, 한국생활의 일생일대를 필자의 사진과 영상 기록에 적극 협조해 주셨다. 1940년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결혼적년기의 많은 청년들을 병력으로 동원했다. 그러니 생산 제조현장에서 노동인력의 공백현상이 나타났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곳곳에 채용한 것이다. 재한일본인 처들의 증언에서도 공장과 노동현장에는 한국인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 것으로 봐서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 간 한국남성들은 이국(일본)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방편으로 일본여인을 이성적 상대로 보았던 것일까!! 이러한 환경에서 결혼 적령기 일본 처녀들에게는 한국남자들에게서 호감을 느낀 것 같다. 그 예는 필자가 기록한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처녀들의 한국남성을 보는 시각은 잘생기고 여자를 대하는 다정다감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 八木千尾(야기치요), 김종욱, 2007
ⓒ 서라벌신문
한국인 징용자를 사랑한 야기치요는 1945년 일본에서 있었던 결혼장면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 한다. 탄광에서 간호사였던 야기치요는 몸을 다쳐서 치료를 받으려고 온 징용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탄광숙소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밝은 낮 시간을 피하여서 어두운 밤에 결혼식을 올리면서 밖으로 새어나가는 불빛을 검은 천으로 창문을 막았다. 그 결혼식에 부모님은 물론 일가친척 그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신랑이 친하게 지내던 징용자 몇몇만 초청하여서 결혼식을 올렸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직업이 간호사였던 딸이 느닷없이 강제징용자와 결혼하는 것을 본 야기치요 부모는 애간장을 녹이는 괴로운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야기치요 어머니는 딸이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서 품에 안고 남편 몰래,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밤에만 딸을 찾았다. 그리고는 딸에게 제발 한국으로 들어가지 말고 일본에서 살아줄 것을 애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야기치요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한국으로 이주를 결심했다.
같은 시간, 필자의 아버지는 갱도작업 도중에도 미군의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 살기위해서 도망 다녔다. 무조건 높은 산으로 오르고 올라서 탄광이 있는 저 아래를 내려다보곤 했다. 그때의 상황은 비행기가 잠자리처럼 건물의 처마 밑으로 날아다니면서 폭격하는 장면들이었다. 건물이나 터널, 대피소로 피했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이 패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징용자들은 자유롭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통보받았다. 바로 그 순간, 한국으로 갈 수 있겠다는 기쁨과 함께 갑작스런 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징용자들을 고문하고 괴롭혔던 한국인을 붙잡아서 두들겨 패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끼리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중에 고문가담자 몇 사람은 자살을 택하기도 했지만 그 폭동은 그치지를 않았다. 아버지를 고문한 사람 중에 한 명은 같은 고향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만행들을 용서받기엔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고 목숨만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그동안의 긴장감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당시 5,000엔의 돈을 한국인에게 주면서 배편을 구해 달라고 한 후 무작정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징용자들에게 배편을 구해준다며 돈을 받아 가로챈 것을 알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선착장 주변을 뒤진 끝에 뱃삯을 가로챈 그 사기꾼을 잡을 수 있었다. 혹시나 도망갈까 허리띠를 잡은 채로 며칠을 보낸 뒤 겨우 배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목숨만 살려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애원했다. 도대체 한국인들이 왜 모두 이 모양인가!! 아버지를 고문했던 사람, 징용자들에게 사기를 친 사람, 탄광의 징용자들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선착장에는 한국으로 가는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비규환이었다. 통곡과 고함소리는 배가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 중에는 부부의 이별장면도 있었는데 결국은 배에 타고 있던 남편이 배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슬픈 역사다.
포악한 고문을 일삼던 고문전문가는 배에 올라타고서는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을 했지만 그 말이 진정성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17세에 일본으로 징용된 후, 21세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은 아버지, 역사는 이렇게 기록된다.
↑↑ 八木千尾(야기치요), 김종욱, 2013
ⓒ 서라벌신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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