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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다큐멘터리사진의 진수-③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15일
↑↑ 김 종 욱
사진가
ⓒ 서라벌신문
이른 아침 일본으로 가기 위해 집결한 장소는 안동, 일제강점기 탄광 노동자로 강제동원 된 500여명의 인파들 속에 필자의 아버지도 있었다. 기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자 일본으로 가는 큰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일제식민지시기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왕래하는 관부연락선이 있어서 한·일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일본행 배를 타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복잡했다. 어둑한 저녁에 배를 타고 다음날, 일본에 도착하니 수십 대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징용자들을 태운 버스가 줄지어 가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었다. 수 시간 뒤 도착한 곳은 ‘미쓰이’ 탄광이었다. 탄광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동안 안전수칙과 작업에 관련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주로 석탄채굴작업에 대한 교육이었다. 작업수당에 관련해서는 지하갱도에서 노동을 할 경우와 일반적인 노동인 경우와 수당 차이가 많이 났다.
며칠 동안 교육이 있은 뒤, 바로 지하 갱도로 보내졌다.
생전 처음 들어간 갱도는 지옥 같았다. 좁은 지하 공간에서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서로의 엉덩이에 부딪쳐가면서 45도의 뜨거운 열기에 곡괭이로 탄을 캐는 작업은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다. 하루하루 할당된 책임량도 채워야했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서로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힘든 노동을 이겨내고 있을 즈음에 지하 수백 미터 갱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하던 도중에 천장이 무너져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들이 갱내에 매몰되는 사고였다. 구조에 동원된 아버지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죽은 상태로 석탄더미에서 발견된 모습에 맥이 빠져버렸다. 검게 변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아야하는 우리들이 왜 일본에서 이렇게 힘든 노동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비참함을 받아들여야하나!! 17세의 청년(아버지)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때부터 지하갱도에 들어간다는 것은 치를 떨게 할 만큼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다치지 않고 죽지도 말고 살아서 고향에 가야한다는 간절함이 생겨났다.
다치지 않고 살아서 고향에 가야한다는 바램도 ‘미쓰이’ 탄광에서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다.
갱도에서 일하는 사람에 한하여 한 달에 한 번씩 엑스레이로 폐 사진을 찍어서 이상이 있는 사람은 채굴막장에 보내지 않고 비교적 쉬운 일반적인 일을 하도록 했다.
아버지는 엑스레이를 찍을 때 가슴을 정면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을 촬영순간에 상체를 비틀어 버렸다. 그렇게 하면 폐 사진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상이 있다면 갱도의 노동에서는 제외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알아차리고 꾀를 부린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았다. 고문하는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었다. 고문방식은 사람을 거꾸로 메달아 놓고 고춧가루를 탄 물을 얼굴에 조금씩 뿌려가면서 온몸에 매질을 했다. 그 고통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살아서 고향에 가야 한다는 의지를 꺾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의 동료 분들과 전기울타리를 넘어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또다시 고문을 받았는데 그때는 전기고문을 당했다. 수십 차례 기절하는 전기고문은 인체의 피부조직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탄광노동에서 얻은 후유증은 계속해서 아버지를 괴롭혔다.
아버지의 다리는 불에 그을린 듯 털이 없었다. 건조해진 피부가 가려워서 물수건을 다리에 올려놓은 채 잠을 자거나 약이 귀하던 시절 나환자촌에서 구해온 연고를 아버지 다리에 발라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겪었던 상황의 기억을 어머니와 아들(필자)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일본사람들 참 지독하다는 등 뭐 그런 이야기...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버지의 징용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은 필자가 재한 일본인 처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버지의 징용과 바로 연결되는 사연이 있다. 필자가 기록한 재한 일본인 처들 중에 ‘야기치요’<사진1,2>는 필자의 아버지와 같은 상황의 강제징용노동자와 결혼했다. 1942년 탄광병원 간호조무사로 있을 당시 갱도에서 다쳐 병원에 들어온 여섯 살 연상의 남성을 만났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광촌에서 늦은 밤 징용근로자 50여명을 초청해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는 할머니, 이제는 증언자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영상기록만 남았다.
80여년의 시간이 담긴 다큐멘터리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된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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