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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다큐멘터리사진의 진수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1월 21일
↑↑ 김 종 욱
사진가
ⓒ 서라벌신문
‘한국과 일본 모두로 부터 외면 받던 재한일본인 처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종욱씨’라고 BBC, 동아, 한겨레..등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다.
세상에 알려지기를 조심스러워했던 조선이주 일본여성들의 삶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한 필자의 사진 이야기다. BBC, 동아, 한겨레에서 광복특집으로 보도되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로부터 “잊혀지고 묻힐 뻔 했던 역사적 이야기를 기록해줘서 고맙다” “이런 분들이 존재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기사를 본 후 알게 되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탄광 노동자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 중에서 필자의 아버지도 일본 미쓰이 탄광에서 5년 여간 노역에 다녀온 강제징용 피해자다.
아버지는 결혼식 날을 잡아놓고 그 날을 기다리던 형님(필자의 백부) 대신, 17세에 자발적으로 일본징집을 결정했다. 집결장소는 경북 안동이었다. 안동에 모여든 인원이 무려 수백 명, 부산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부산에 도착하자 일본으로 가는 큰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일본에 도착하니 수십 대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강제징용자들을 태운 차량행렬이 줄지어 가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었다. 탄광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동안 안전수칙과 작업에 관련한 간단한 교육을 한 뒤부터 바로 지하 막장으로 보내졌다. 생전 처음 들어간 막장은 지옥 같았다. 지하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엉덩이를 부딪쳐 가며 곡괭이로 탄을 캐는 작업은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다. 하루하루 할당된 책임량도 채워야했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서로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힘든 노동을 이겨내고 있을 즈음에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무려 370여명 가량의 일본인과 한국인 노무자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구조에 동원된 아버지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죽은 상태로 석탄더미에서 발견된 모습에 맥이 빠져버렸다. 검게 변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절차까지 완수하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한국에서 별 탈 없이 살아야하는 우리들이 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힘든 노동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비참함을 받아들여야하나. 17세의 청년(아버지)은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패전이었다. 미군의 공습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비참한 전쟁을 일본에서 겪은 뒤 한국에 무사히 돌아온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전쟁없는 밝은 미래를 위하여 국민들 개개인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선진적인 계몽과 함께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탄광지하 막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일본인들은 교육이 잘 되어있었고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 <사진1> 아버지 故 김상진과 아들 김종욱, 2003
ⓒ 서라벌신문
아버지는 후세를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기에 교사가 되기로 했다. 어려운 처지에 힘든 공부를 해서 초등교사가 되었다. 그때부터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일본의 상황을 알려나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재한 일본인 처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면서부터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필자의 사진작업 방향에 대하여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가슴 깊숙하게 간직해 왔던 지나간 세월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필자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아들에게 경험적 철학들에 대해서 무엇인가 이야기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것은 아들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암울한 전쟁이 아닌 희망이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많은 이야기는 사진과 영상으로 엮어내는 다큐멘터리작업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아버지의 처절했던 생존 투쟁의 경험과 현재를 살아가는 아들의 역사적 인식은 전쟁의 피해자, 재한 일본인 처들의 이야기를 엮어갈 수 있는 바탕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가 있다. 그 아픈 역사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슬픈 이야기가 존재한다. 필자는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우리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처럼 작품으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내놓았다.
예술사진은 인간의 일상을 이미지화해서 이야기로 녹여내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겠지만 그 이야기들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것 또한 아들의 책임이면서 당연한 몫이다.
이 책임을 완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큐멘터리의 진수인 것이다.
↑↑ <사진2> 김종욱이 찍은 사진에 재한 일본인 처 요네모토 도끼에가 글을 남겼다.
                   가운데는 야기치요, 오른쪽은 구도치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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