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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들


서동훈 논설실장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4년 08월 12일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도시국가(市國)지만, 교황 성하를 최고지도자로 받드는 전 세계 가톨릭 신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다. 로마 교황은 세계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성직자이지 ‘권력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더 크다. 교황은 늘 분쟁지역과 분단지역을 살피는데, 분쟁 분단 해결이 교황청의 최대 임무이다.

한국에서 6.25가 터졌을 때 당시 교황이었던 비오 12세(재위 1939~1958)는 간곡히 “한반도의 전쟁 종식을 위한 기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자” 당부했고, 전후 복구비로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직전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독일통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89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개혁 개방을 추진하자 이를 적극 지지하고 격려했는데, 그 이듬해인 90년에 ‘소련이 동독을 자유롭게 놓아줌으로써’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교황이 ‘독일통일의 마중물’이 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주요 관심사도 ‘분쟁 분단국가의 화합’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독일 유학으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독일 남부 암 페를라흐 성당 벽에 걸려 있는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붉은 옷을 입은 성모가 정성껏 매듭을 풀고 있는 모습이다. “저렇게 세계의 갈등과 분쟁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것이 사제의 임무”라고 생각한 그는 그림을 복사해 항상 곁에 두었고, 교황이 된 후에도 집무실에 그 성화를 걸어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아시아 대륙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오는 것은 한반도가 분단지역이기 때문이다. 분쟁국가와 분단국가는 항상 세계평화를 위협하니, 이런 곳을 찾아 돕는 것이 교황청의 일이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에서 아이들이 희생되자 “제발 멈춰라!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젠 그만 둘 때다. 멈춰라! 제발!” 목 메이게 호소했다. 그는 그런 심정으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제발 전쟁위협 그만 두라! 무기경쟁 멈춰라! 진심으로 부탁한다!”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천주교회 요인들은 지난 5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천주교협의회 인사들을 만나 “8월 18일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달라” 초청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8일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날이다. 예상대로 북한은 지난달 “지금 서울에 나가기에는 생각이 많다”는 말과 함께 “5.24 제재조치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으로 긴장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해 달라고 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9월 19일에 개막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는 일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이미 350명 인선을 마쳤고, 3개월간의 응원훈련과 사상교육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북한에도 최근 성형바람이 부는데, 응원단원은 쌍꺼풀 수술과 보톡스 시술을 무료로 받는다. 우리는 ‘미녀 응원단’이라며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만, 북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다. “응원단은 적진(남한)에 들어가 원수님의 위대성을 알리는 노동당의 선전선동대”라는 것인데, 이른바 미인계라는 전략전술의 일종이다.

응원단 파견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좌파정부때는 일체 비용을 우리측이 부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때는 13억5500만원을 협력기금에서 냈다. 북측은 그래서 “전례대로 하자”하고, 우리측은 “국제관례대로 하자” 해서 준비회담이 결렬됐다. 응원단의 숙식비를 주최국이 부담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 좌파정권이 길을 잘못 들였다. ‘원수님의 위대성을 알리는 선전선동대’가 머물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일종의 조공(朝貢)이다. 북측이 ‘국제관례대로’ 비용을 대면서 선전선동대를 보낼지 의문이다.

독일은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북한 대학생들과 교수들의 베를린 방문을 지원한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그리고 독일은 북한의 유적지를 복원하면서 신뢰를 얻어간다. 포용정책의 성공을 보여주는 일이다. 한반도 분단을 걱정하는 독일인들은 “신뢰는 절로 생기지 않는다.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과 중국의 국회의원들이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국회의원 바둑대회’를 열고 있는데, 한국 의원들은 “내년에는 북한도 초청하자” 제안했고, 중국도 “대만까지 포함해 4개국이 통일배 바둑대회를 열자고 화답했다. 북한에도 바둑 잘 두는 인민대표자들이 있을 것이니, ‘통일배 바둑대회’는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통일로 가는 분위기가 점점 숙성돼간다. 이 징검다리들이 폭우에 쓸려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동훈 논설실장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4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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