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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최영성 교수의 <상동문> 해석 비판, 또 하나의 역사 왜곡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대원칙을 배반하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2월 06일
     ↑↑ 성 낙 주
    석굴암미학연구소 소장
ⓒ 서라벌신문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는 말이 있다. 실질의 문제를 탁상머리에 앉아 함부로 재단하고 허황된 생각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 세상을 속이고, 역사의 퇴행을 야기하는 지식인들의 말장난을 야유하는 말이다. 공리공론(空理空論)과 똑같은 말인데, 이 반대편에 있는 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 오직 현실과 실제에 근거하여 사실을 규명하고, 진리를 구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학문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상을 뒤흔든 석굴암원형논쟁을 주도한 이들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이 실사구시의 대원칙을 저버리고 탁상공론으로 일관한 데 있다. 해발 575미터의 산악사찰인 석굴암의 입지조건과 자연환경 등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신비적이고 환상적인 논리를 앞세워 혹세무민한 것이다.
최영성 교수의 논문 <상동문> 신역도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장마철이나 영하의 날씨 속에서 석굴암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할지를 찰나의 고민도 하지 않고 전각이 없었다는 기존 훼불세력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회에 언급한 『석굴암수리공사보고서』에는 토함산의 수년간 기상관측 통계자료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1963년도 자료를 보면, 그 해 토함산에는 안개가 123일 끼고, 비는 134일, 눈은 40일 내렸으며, 무엇보다 결빙일수는 무려 110일에 이른다. 또, 매일매일 작성된 수년 동안의 기상일지도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동절기 기록을 보면 참담할 지경이다.
예를 들어 1960년 12월 23일자 기록을 보면, “굴 외부 전실 전체를 짚으로 세 겹 덮어서 전실 여러 불상의 동해(凍害)를 방지하고자 하였다.”고 되어 있다. 또, 1961년 12월 12일자에는 “오후 5시 기온은 급강하하여 영하 7도의 외기이고, 7시에는 10도로 내려가므로 밤 10시부터 난로에 불을 피웠다. 익일(이튿날) 새벽 2시의 외기 온도는 영하 14도인데 굴내는 영상 7도였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1960년대 초반이라면 총독부의 1차 공사(1913~1915)에서 전실을 전각 없이 노천에 열어둔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소위 개방구조일 때인데, 겨울철에는 동파를 막고자 궁여지책으로 짚단을 전실공간에 덮거나 주실 안에는 난로까지 피우는 등의 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의 논문 어디에도 이 비슷한 내용조차 비치지 않는다. 도리어 “상동문 전체를 뜯어보아도 1891년 이전의 석굴에 목조전실과 같은 구조물이 있었다는 언급이나 시사는 없다.”라고 <상동문>의 본지를 정반대로 날조하면서 무조건 전실전각을 헐어버려야 한다는 식의 궤변으로 치달았다. 학문의 대원칙인 실사구시를 배반한 것이다.
<토함산석굴중수상동문>은 음풍농월의 문학작품이 아니다. 화려한 수식과 비유로 문학적인 향기가 듬뿍 서려 있기는 하지만, 이전 전각이 무너져 새로 지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점에서 실용문의 성격이 강하다. 곧, 3차원의 현실공간에 세워진 건축물을 대상으로 작성된 지극히 실제적인 글이다. 따라서 실사구시의 관점을 바탕에 깔고 그 문학적 은유나 표현에 대한 정확한 주석과 해석을 행하는 것이 온당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실사구시의 대원칙도 저버렸을 뿐 아니라 그 주석과 해석에서도 초보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졸역(拙譯)을 내놓고는 전실 전각을 뜯어내라고 강변한 것이다.
첨언하면, 앞서 확인한 1960년대 초반의 기상조건은 신라시대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그 시절에도 토함산에는 비가 쏟아지고 폭설이 퍼붓고 태풍이 몰아치고 안개가 덮였으리라는 것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김대성이 전실에 지붕을 덮지 않았다는 것은 상상을 불허한다. 소위 개방구조가 원형이라는 것은 석굴암의 창건주 김대성을 두고 세상에 없는 어리석은 인물로 몰아가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상동문>이든 다른 무엇이든 석굴암의 전실 전각 문제를 논하면서 토함산의 악천우를 배제한다는 것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강조하거니와, 석굴암을 더 이상 공허한 언어유희의 제물로 삼지 마라.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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