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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⑬ 최영성 교수의 <상동문> 해석 비판, 또 하나의 역사 왜곡

‘왕건(王建)’과 ‘이성계(李成桂)’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편집부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0월 25일
이 특별기고문은 2017. 3. 24일자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 대서특필된 한국전통문화학교 최영성 교수의 논문 〈석굴암석굴중수상동문(重修上棟文) 연구〉에 대해 ‘<상동문>의 내용과 취지를 통째로 변질시켰다’고 석굴암미학연구소 성낙주 소장이 주장해, 본지와 성 소장의 협의 하에 연재하는, ‘논문을 비판하는 글’이다.
↑↑ 성 낙 주
석굴암미학연구소 소장
ⓒ 서라벌신문

<토함산석굴중수상동문>이 전하는 역사적 진실은 오직 하나다. 500년 전쯤 건립된 이전의 전실 전각이 풍우에 퇴락했고, 그것을 울산병사 조순상(趙巡相)의 주도로 1891년에 다시 지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앞의 글들에서 보았듯이 최영성 교수는 조순상에게 석굴암을 구한 것이 아니라 망쳐놓았다는 혐의를 씌웠다. 1891년 이전에는 결코 전각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당시의 전각 건립은 근거 없이 행한 원형 파괴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 교수는 어떻게든 조순상을 전각을 세워 석굴암을 망친 인물로 몰아가기 위해 또 한 번의 경천동지할 주장을 펼친다. 다음은, 최 교수가 이능화 선생의 <조선불교통사>(1918)에서 석굴암 관련 대목을 소개한 것이다.
“앞서[昔] 어리석은 승려가 이 절에 주지로 있었다. 궁륭(穹.) 바깥 면에 돌을 쪼아 옥개형(屋蓋形)을 만들어 드디어 진면목을 파괴하였다. 끝내 누수현상이 일어나 불상에 빗물이 스며들게 되었고, 도무지 미관(美觀)에도 좋지 않았다.”
어느 승려가 주실 돔 지붕 바깥에 잘못 손을 대는 바람에 내부가 피해를 입었다는 옛일을 전한 것이다. 정확한 연대와 승려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지만, 문맥상 근대 이전의 사건이라는 정도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문맹이라도 ‘어리석은 승려’의 엉터리 불사와 조순상의 1891년 불사가 같은 공사라고 곡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 교수는 위 인용문에 뒤이어 다음과 같이 호언한다.
“이것은 1891년 중수 불사의 결과를 말한 것임에 틀림없다. 세간에 전하는 말을 옮겨 적다 보니, 순상 조씨와 인근의 거사 불자 대신 ‘우승(愚僧)’이 등장했을 뿐이다.”
위 기록의 불사가 바로 1891년 불사이며, “어리석은 승려”는 “조순상”과 동일인(同一人)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능화 선생이 잘 몰라 부정확한 기록을 남겼다는 투이다. 요컨대, 1891년 공사가 엉터리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오래 전의 딴 불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이능화 선생도 마치 조순상을 ‘어리석인 인물’로 묘사한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기막힌 논문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우리 학계의 현실이 서글프지만, 톺아보지 않을 수 없다.
말할 나위 없이 이능화 선생의 위 기록과 <상동문>은 엄연히 다른 별개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다. 위 기록의 공사 주체는 ‘석굴암 승려’이며, 1891년의 공사 주체는 조순상이라는 사대부이다. 두 사람은 신분 자체가 다르며, 당연히 딴 사람들이다. 초등생도 아니고 이런 걸 설명해야 한다는 게 기가 막힌 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둘은 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위 기록은 “궁륭 바깥 면”, 곧 주실 돔 지붕에 관한 것이고, <상동문>은 “전실 전각”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두 기록물 사이의 간극은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으며,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원문의 “석(昔)” 자를 굳이 “앞서”로 풀이한 것도 고약하다. “석(昔)”에 “앞서”의 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옛날, 예전에, 오래 전, 오래 되다” 등의 뜻으로 새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앞서”로 풀어 마치 얼마 안 된 가까운 시점의 일처럼 착시를 유도한 것이다. 이능화 선생이 “석(昔)”으로 문장을 시작한 것은 그 사건의 구체적인 시점이 특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동국대출판부에서 펴낸 번역본(2010)에는 “예전에”로 되어 있다. 최 교수는 ‘승려’를 ‘사대부 조순상’으로, ‘주실 지붕’을 ‘전실 전각’으로 둔갑시키는 전대미문의 사료(史料) 변조를 감행했다. 이야말로 나라를 세웠다고 왕건(王建)과 이성계(李成桂)가 동일인이며, 고려와 조선이 같은 국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망견(妄見)이다. 주류 학계의 ‘개방구조설’을 엄호하기 위해 조순상을 매도하고, 근대 역사학의 선구자인 이능화 선생까지 ‘얼치기 학자’ 쯤으로 능멸한 것이다. 자숙과 맹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집부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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