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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성 교수의 <상동문> 해석 비판, 또 하나의 역사 왜곡

<상‘떡’문>으로 전락한 <토함산석굴중수상동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0월 11일
이 특별기고문은 2017. 3. 24일자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 대서특필된 한국전통문화학교 최영성 교수의 논문 〈석굴암석굴중수상동문(重修上棟文) 연구〉에 대해 ‘<상동문>의 내용과 취지를 통째로 변질시켰다’고 석굴암미학연구소 성낙주 소장이 주장해, 본지와 성 소장의 협의 하에 연재하는, ‘논문을 비판하는 글’이다.
↑↑ 성 낙 주
석굴암미학연구소 소장
ⓒ 서라벌신문


인간사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의식(儀式)에는 핵심이 있다. 왕의 대관식은 당연히 그가 즉위하는 것이, 또 결혼식은 남녀 두 사람이 혼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량식(上樑式)의 핵심 역시 나라님의 고대광실이든 장삼이사의 모옥(茅屋)이든 단연 대들보, 혹은 마룻대를 올리는 일이다. 이때 떡시루를 매달거나 돈을 붙이기도 하며 술을 끼얹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이다.
‘상동문(상량문)’은 바로 이 상량식 때 소용되는 ‘특별한’ 문장으로, 대부분 건축 내력과 동기를 앞세우고 나서, 중간에 동서남북상하의 여섯 방위에 들보를 거는 행위를 노래한 이른바 ‘육위가(六位歌)’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기원의 뜻을 담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규보의 <을유년대창니고상량문(乙酉年大倉泥庫上樑文)>이 가장 이른 것으로 꼽히고,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 중의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에도 주인공 한생이 용궁에 가서 갓 지은 전각의 상량문을 써준 공으로 용왕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동문’의 연조가 그만큼 깊음을 알 수 있거니와, <토함산석굴중수상동문> 역시 1891년 울산병사 조순상의 주도로 전실 전각을 중창하면서 상량식을 베풀 때 작성된 것이다. 관례대로 이전 상동문들의 형식과 문투를 빌려 왔는데, 그중에서도 ‘육위가(六位歌)’는 여타의 상동문들과 대차가 없다. 다음은 ‘육위가’ 중 맨 앞 동쪽 대목이다.
“어영차, 들보를 동쪽에 걸어라(兒郞偉 抛樑東) / 우뚝하게 높이 솟아 하늘가에 반쯤 서니(嵯峨高出半天中) / 산빛 풀빛 아스라이 외탑 밖에 아롱지고(山色微分孤塔外) / 태양빛은 제일 먼저소암 동쪽 비춰 댄다(日光先射小菴東)”
대목(大木)의 통솔에 따라 여러 사람의 울력으로 무거운 들보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쉽게 연상되는데, 이 대목을 시작으로 ‘서남북상하’의 대목이 잇따른다. 상량식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거니와, ‘상동문(상량문)’이라는 장르 명칭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첫 줄에 대한 최영성 교수의 해석은 눈을 의심할 정도이다. 느닷없이 원문에 없는 “떡”을 등장시켜 “젊은이들, 떡을 들보 동쪽에 던지게나.”라고 번역한 것이다. 물론 이어지는 서남북상하의 대목들도 “젊은이들, 떡을 들보 서쪽에, 남쪽에, 북쪽에, 위로 아래로 던지게나.”로 똑같이 되어 있다.
까닭인즉 첫째, 원문의 “아랑(兒郞)”은 본디 “젊은이”나 “아이”를 가리키고, “위(偉)”는 “들”이라는 것이다. 둘째, ‘중국에서는 상량식 때 장인의 우두머리(도편 수)가 떡을 대들보에 던지면서 상량문을 읽고 축복을 하였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의 풀이는 낱말의 다양한 쓰임새를 무시하고, 어울리지 않는 전거를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으로, 그 결과 ‘상량식’이 졸지에 ‘상-떡[餠]-식’이 되고 말았다.
우선 “아랑위”는 노동요에서 흔히 보이는 “어영차”, “영치기” 등의 여흥구로, 유명한 <신고산타령>에는 “어랑, 어랑”이라는 감탄사가 쓰였다. 곧, 원문의 “아랑(兒郞)”은 음차(音借)일 뿐이다.
다음으로 “포량동(抛樑東)”의 “포(抛)”는 타동사로서 목적어 “량(樑)”을 받을 뿐이다. 따라서 “포량동”은 “들보를 걸어라, 혹은 들어라, 얹어라.” 등으로 풀이하는 게 백번 지당하다.
그러나 최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떡”만이 아니라 “술을 던져라”, “돈을 던져라”라는 번역도 안 될 것이 없다. 최 교수는 현학을 과시하느라 본말이 전도된 해석으로 <상량문>을 <상-떡-문[상병문(上餠文)]>으로 전락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지금쯤 <상동문>의 찬자인 손상기가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있을 터인데, 반지를 교환한다고 해서 결혼식이 예물교환식으로 둔갑할 수 없으며, 꽃다발을 증정한다고 해서 시상식을 화환증정식으로 부를 수 없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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