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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淸淨)한 기운 담은 키워드(Key-Word)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15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지난 연말 이른 아침, 혼자서 통도사로 달려갔다. 늘 그렇듯 산문(山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름드리 솔숲과 계곡의 물소리는 필자를 넉넉하게 받아 안아주었다. 이럴 때 오감(五感)을 열어놓고 그냥 쉬엄쉬엄 걷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 청정(淸淨)한 기운에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은 편안해 진다. 아마도 이런 기분으로 오랜 기간 수행을 하다 보면 선악(善惡)과 애증(愛憎), 흑백(黑白)과 호불호(好不好)....의 모든 경계(境界)까지도 허물 수 있는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필자는 해가 바뀔 때면 늘 버릇처럼 산을 오르거나 절간을 찾아들며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며 다가올 새해를 설계하곤 하는데, 오랜 기간 계속해오다 보니 좋지 않는 앙금을 씻어 내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는 나름으로 상당히 이력이 생긴 셈이다.
한나절 동안 청정도량 여러 암자를 찾아 산길을 거닐다가 산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허기(虛飢)를 느끼면서 첫눈에 띈 분식집으로 찾아들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식탁 옆 벽에 걸린 자그마한 액자의 담긴 글귀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화(火)는 참으면 병이 되고, 드러내면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알아차리면 그 화는 절로 소멸된다.”
‘알아차림’이라는 말은 종교적 명상 수행 방법이자 교육 상담 도구이며, 정신 의학 치료 프로그램으로 세인(世人)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해 개인적으로 특별히 마음 불편했던 화(火)는 별로 없었지만, 혼탁한 정치적 대립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 때문에 온 나라가 혼탁하고 음울(陰鬱)한 기운에 뒤덮인 것이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분식집에서 본 그 문구는 새삼 커다란 울림의 화두(話頭)로 다가왔다.
통도사에서 경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500인 경주시민 합창단’으로 제야(除夜)의 종 타종식에 동참하면서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곳에 모인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뿐 아니라, 집, 교회, 성당, 절에서 기도하는 사람. 산과 바다로 해맞이 나선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소망과 심기일전의 키워드(Key-Word)를 뇌이며 간절한 기도를 하였으리라.
기도는 마음에 품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바라는 바를 이루려 하는 의도적 행위인데, 지극정성 기도를 해본 사람들은 그 발원(發願)의 결과가 비과학적인 듯 과학적이라 참으로 신비함을 경험한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을 반영하면서 한편 움직이고, 그 작용은 다시 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 과학적 개념으로 본 기도의 효과는 반복되는 ‘말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매순간 주고받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제야의 타종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지난 해 사랑하는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마주 대하거나 SNS를 통해서 대화할 때, 혹은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반복적으로 자주 썼던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맑고 밝은 기운’, ‘긍정의 에너지’, ‘미래지향적 생각’이였던 것 같다. 새해에도 이 덕목을 키워드로 삼아 늘 밝고 맑은 기운과 긍정적 에너지 담은 미래지향적인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건강과 행복한 삶은 저절로 올 것이라는 ‘알아차림’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주변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새해를 맞이한 정치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과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국가의 품격과 위상,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과 정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바라건대, 어려운 역경을 뛰어 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역대 지도자들의 성공한 업적들은 찾아가며 받들고, 과거에 함몰(陷沒)된 부정적 의식에서 벗어나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거칠어진 국민정서를 보듬어 미래지향적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로 갔으면 좋겠다.
경자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나 구정을 열흘 남짓 앞두고 있다. 올해도 심기일전하여 자신과 가족, 이웃, 직장 동료끼리 늘 청정한 기운 듬뿍 담은 말과 밝고 맑은 표정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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