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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년(晩年)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2월 05일
↑↑ 이 종 래
경주중부교회 목사
ⓒ 서라벌신문
2003년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특별한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당시 나이가 일흔다섯 살인 임갑지라는 분이었다. 그분은 일주일에 나흘씩 출근하여 하루 4시간 동안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컵과 쟁반을 닦는 일이 그의 임무였다고 한다. 20대 동료 직원들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쓰면서 묵묵히 일한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팔순과 구순을 맞이했고, 중학생이던 어느 단골손님은 어느덧 30대 직장인이 되었다.
얼마전 아르바이트생인 임갑지 할아버지의 은퇴식이 열렸다고 한다. 올해 91세인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시지만 ‘이제 쉬면서 노년을 보내세요’라는 가족들의 권유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것은 할아버지가 그동안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근이 없었다고 한다.그리고 그분은 늘 30분 일찍 출근했고, 자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미아역 주변에서부터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영업장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매장 안에서 누군가가 침을 뱉으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 뒤에 바닥을 닦았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회사가 나에게 해 주는 것에 따라서 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며, 그런 생각이 행복을 가져오는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보면 소위 ‘달란트의 비유’라고 불리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온다. 어떤 큰 부자가 타국으로 갈 때 그 종들을 불러 종들의 능력에 따라서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주고 떠났다. 5달란트 받은 종은 그 돈으로 열심히 장사하여 5달란트의 이익을 남겼고, 2달란트 받은 종도 그 돈으로 열심히 장사하여 2달란트의 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1달란트를 받은 종은 그 돈을 땅에 묻어 두었다.
한참 후에 주인이 돌아와 결산할 때 5달란트와 2달란트 받았던 종들에게는 ‘참 잘했구나. 너는 착하고 신실한 종이다. 네가 작은 것에 최선을 다했으니, 내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너에게 맡기겠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누려라’(마25:23, 쉬운성경)라고 하면서 칭찬해 주었다. 그러나 1달란트 받은 종에게는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너는 내가 심지 않는 데서 거두어들이고, 씨 뿌리지 않는 데서 거두어들인다고 생각했느냐? 그렇다면 너는 내 돈을 은행에 넣어 두었어야 했다. 그러면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자와 함께 내 돈을 돌려받았을 것이다. 저 종에게서 돈을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종에게 주어라’(26-28절, 쉬운성경)라고 하면서 책망하였다.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고자 하는 교훈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성실하고 충성스럽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를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신다는 것이다. 1달란트 받았던 종과 같이 상대적으로 자신이 맡은 것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며 소홀히 하는 자를 책망하시는 말씀이다.
임갑지 할아버지가 알바로 번 돈은 매달 6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 돈으로 봉사단체에 회비를 냈고, 또한 교회에 헌금으로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100만원을 모아 손주 대학 등록금에 보태면서 매우 행복해하셨다고 한다.
수년 전에 필자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에서 운영하는 수양관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에서 세미나를 하는 사흘 내내 작업복을 입고 차량 안내를 하고, 낙엽을 쓸며 청소를 하는 노인을 보면서 그곳 직원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십 년 동안 그 교회를 목회하면서 그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고 은퇴하신 원로목사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며칠 전에는 신문을 통해 큰 교회에서 은퇴하신 목사님께서 폐지를 모아서 구제헌금과 선교헌금을 드린다고 하는 기사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바 있었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이런 어르신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필자도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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