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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農心) ! 그 거룩한 덕목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0월 17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며 오곡백과(五穀百果) 풍성하다. 우리네 마음 또한 절로 넉넉하여, 산과 들에 핀 청초한 가을꽃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함께 신라의 역사를 넘나들며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춤이 되어 발길 닫는 곳마다 축제로 들뜬 계절이다.
올 여름, 그 극심한 무더위를 견디어 오면서 심신이 많이 시달렸는지, 이 좋은 계절에 몸살이 심하다. 이달 초부터 조짐이 좋지 않더니 한 주 내내 꼼짝도 못하고 방에만 박혀 엄살을 피우고 있다. 사실은 신라문화제 행사에 부지런히 발품 팔고 다니며 좋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이른 아침마다 농장에 나가 미리 일 좀 하였더니, 환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어리석음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방구석에 드러누워 이 시간 고향 들녘을 떠올리며 어릴 적 이런저런 추념(追念)에 잠겨본다. 지금 장․노년층의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몸소 체험하고 자랐다. 나의 경우도 어릴 때 기억이 생생하다.
극심한 가뭄에 동네 집집마다 온 식구가 나서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바가지와 양푼이로 강바닥이나 웅덩이에서 물을 퍼 올려 논에 물을 대던 처절한 몸부림을 보았다. 태풍에 넘어진 벼를 베어 묶어놓은 나락 단을 햇볕에 말리고 바람에 거풍(擧風) 시키기 위해 몇 차례나 뒤집고, 그러다 빗방울 떨어지면 밤을 새워 쌓아 덮었다가는 다시 널기를 반복하는 그 힘든 일을 하면서 곡식 한 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았던 것이다.
어른들이 하시는 일을 잠깐 씩 도운 정도이지만, 농사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그러한 경험 속에서 세상의 이치와 물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하였던 것이다.
과거 농부들의 그 고된 노동의 대가를 지금의 손익 계산법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아들지 않지만,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그 일을 해서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교육시켰고, 여력이 있으면 인간의 기본 도리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것이 삶의 전부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농사는 나라 전체의 경제 구조로 볼 때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형편이다.
유럽에서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이 19세기 후반에 동아시아 쪽으로 이동하였으나, 우리나라는 20세기 중·후반에야 겨우 2차 산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다행히 과거 그 혹독한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동해안 포항 바닷가 모래밭에 국가 기간산업의 상징 포항종합제철소의 뜨거운 쇳물을 기반으로 3차 산업사회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이제 4차 산업사회의 치열한 국제 경쟁이라는 새로운 운명이 우리의 눈앞에 닥쳐있다.
그런 면에서 농업과 농민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상대적으로 급감되어 있지만 예로부터 ‘농사가 하늘 아래 가장 근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한 말은, 쟁기로 이랑 만들어 씨 뿌린 때나, 트랙터로 파종하여 수확하던 때나 드론(Drone)으로 씨 뿌리는 지금도 농사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생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산업임에 틀림없다.
사실 ‘농사’의 의미를 확장하면 인간생활에 필요한 모든 ‘생산’ 행위를 함의(含意)하고 있기에 기업경영이든 국가경영이든 농심(農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덕목이 우리 삶의 기본 정신이기를 바란다.
2019년 이 가을 !
온 나라 백성들이 사분오열 찢어져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다. 슬기로운 지도자라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천지신명(天地神明)께 겸허하게 무릎 꿇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답을 구할 일이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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