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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7월 11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데요.(1절)
여름에 뱃사공이 노 젓다 잠들어도 혼자서 나룻배를 저어 준데요(2절) 』

낮 기온이 35도까지 올랐던 그저께, 친구와 함께 문복산에 올랐다. 정상에서 말 그대로 ‘산 위에서 부는 바람’에 젖은 땀을 씻고 나니, 윤석중 작사 박태현 작곡 ‘산바람 강바람’이라는 동요가 절로 흘러 나왔다. 동요는 아름답고 순수한 정서와 감성을 담고 있어 어른들도 즐겨 부르는 것이리라.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여름 산에서 나무하는 나무꾼이나 인적 끊어진 한 여름 낮에 노 젓다 잠든 뱃사공의 이야기는 전설에나 나올 법한 그림이지만, 요즘의 사람들도 더운 여름 좋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이 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기분이 좋아지며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라는 봄 동요와 가을 동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도 생각나며, 겨울 논바닥에서 연을 날리며 불렀던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라는 동요도 떠오른다.
하산 길 그늘 짙은 계곡 반석 위에 누워 바람에 대해 생각해 봤다. 미풍, 순풍, 훈풍, 선풍, 열풍, 설풍, 태풍, 광풍, 돌풍.....이 모든 자연 바람의 성질과 힘은 우리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사람 개개인의 정서와 감정에도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이라는 말에 다양한 의미를 담은 수많은 관념어를 즐겨 쓰고 있다. ‘바람 잘날 없다.’ ‘처녀총각 바람났다.’ ‘새 바람을 일으키다.’ ‘신바람 난다.’ ‘칼바람 몰아친다.’ ‘피바람 분다.’ ‘역풍 맞았다.’...4계절 365일 불어대는 변화무상한 자연바람 못지않게 인간사에도 수많은 바람들이 있음에 새삼 놀랐다.
필자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태풍에 관심이 많아 태풍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기까지 하여, 젊은 한 때는 태풍이 오기 직전과 지나간 직후에 혼자 산이나 들을 찾아드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 가족의 걱정도 많이 끼쳤고 주변의 비난도 받았다.
태풍의 피해는 엄청나지만, 태풍은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잡아주는 대자연의 자연스런 순환현상이며, 인간이 거스른 자연의 순리를 복원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준엄한 경고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역사에도 태풍은 몰아친다. 전쟁, 혁명, 정변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위대한 혁명가는 사회에 만연(蔓延)해 있는 부정적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국민들에게 신선한 ‘새 바람’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칼바람’을 동원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바람’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강력한 힘으로 단기간에 완수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역량을 발휘할 때, 다수 국민들의 환호를 받아 한 굳건한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지혜롭고 덕스러운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맑고 밝은 긍정적 분위기와 미래지향적 기운을 불어 넣고 건강한 생기를 결집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신바람’나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세상일 수가 있으랴! 힘은 들었지만, 우리 근•현대사에 그런 호시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도덕적 인격을 갖춘 지도자가 사시사철 ‘솔솔 부는 봄바람’이나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처럼 선정(善政)을 하고자 해도 지도자로서 갖추어야할 ‘총체적 역량’이 부족하여 나태하고 영악한 백성들과 무능하고 탐욕스런 관리들의 간계와 다툼을 다스리지 못하면 독재자의 폭정보다 더 부패하여 새로운 ‘역풍’을 맞는 경우도 보아왔다. 그래서 역사는 그렇게 크고 작은 악순환과 선순환을 반복하며 흘러가는가 보다.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인 인간의 삶과 역사도 살아있는 자연 현상임을 깨닫는다면 ‘역천자(逆天者)는 흥하고, 순천자(順天者)는 망한다.’는 정치 덕목을 새겨들을 일이다.
태풍은 뒤틀리고 오염된 자연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정화하는 엄청난 위력을 가졌지만, 절대 오래 끌지 않는다. !!!
그리고 사람들은 태풍 후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좋아한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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