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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배나 따며 먹고 사는 동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6월 13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지난 주 이런저런 인연으로 통영시 관광과에서 마련한 ‘팸-투어’에 초대받아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통영은 예로부터 천혜의 바다 경관이 수려하고, 풍부한 수산물로 활기가 넘쳐나는 도시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또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예술인이 탄생했고, 또 불러들인 문화 예술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시인 김춘수, 김상옥, 유치환과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의 고향이고, 평안도 출신으로 방랑하던 화가 이중섭을 품어 안아 좋은 그림들을 그리게 한 것도 통영이다. 역시 평안도 사람 백석 시인은 1930년 통영을 여행하며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읊었는데, 이는 현재 통영의 대표 홍보 문구로 쓰이고 있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소설가 또한 이곳 출신으로 진주와 서울을 거쳐 원주에서 평생 집필에 전념하다가 50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 마지막 이곳에 묻히기를 소망했다. 돌아가시자 통영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장엄하고 성대한 장례(葬禮)절차를 갖춰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에 모시고 문학관을 건립하였다.
그러자 서울 쪽 일부 문인들과 원주 사람들 중에 ‘어떻게 생선 배나 따서 먹고 사는 동네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통영 현지인으로부터 들으면서, 4차 산업 시대에 참으로 고약한 말이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이 나왔다.
이번 팸-투어에서, 통영 지자체가 천혜의 자연 풍광과, 풍성한 먹거리, 그리고 역사 유적지와 문화 예술인들의 자취를 긴밀히 연계하여 관광 자원으로 계발하고, 공격적 홍보 전략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글을 쓰는 문학인으로서 통영의 여러 문학관과 전시관들의 관리 상황과 운영 실태를 꼼꼼히 살펴보았고, 그곳 관계자들과 여러 의견도 나누어 보았다.
요즘은 관광객 유치도 예전과 달리 메스컴을 통한 광고‧홍보는 옛 이야기가 되었고, 불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정보 전파와 공유는 가히 천지개벽이다. SNS에 올린 한 편의 시, 한 컷의 사진, 한 폭의 그림이 폭발적 위력이 있다.
그래서 큰 이벤트 행사장에는 늘 언제 어디서 왔는지 순식간에 젊은이들로 채워지고, 이색적인 볼거리와 먹거리를 따라 움직이는 젊은 관객들의 동선(動線)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러기에 경주지자체에서 황성공원 솔밭에 맥문동을, 첨성대 주변엔 핑크뮬리, 농사짓던 안압지 주변 논밭은 연꽃 단지로 가꾸고, 수시로 장소를 옮겨가며 문화예술 공연을 하고 있지만, 장기‧지속적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 텔링’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 역할은 바로 경주 문인들의 몫이다.
2016년 ‘삿뽀로 여인’이란 소설로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던 강릉 출신 이순원 작가가 ‘은비령’이란 소설을 쓴 이후 강원도 산골마을에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음식점, 휴게소, 찻집들은 앞 다투어 ‘은비령’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인 문인 최치원을 배출했고, 향가가 태어났고, 김동리, 박목월 선생이 배출된 경주와 경주 문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개인적 바람이라면, 세 분과 버금갈 차세대 작가 배출과 그 분들의 자취와 문학 작품의 배경으로 품격 높은 문학 기행 코스로 조성하는 것, 그리고 경주 문인들의 각성인데, 그 분들의 그늘에서 마냥 나약한 메너리즘에 젖어 있는 원로 문인, 작품보다 잿밥에만 신경을 쓰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견 문인, 눈 깜짝이는 것부터 먼저 배우려는 신출내기 석공 같이 습작을 게을리 하는 초보 문인... 필자는 과연 그 중 어떤 모습일지 이번 기회에 자성해 본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큰 나의 밝힘’을 설(說)하신 청마 유치환은 경주에서 경주중고등학교와 경주여고에 재직하면서 많은 문학 활동을 하셨고, 윤이상은 경주중고 교가를 작곡했고, 김동리 선생의 제자 박경리는 아이러니 하게도 바닷가 출신이면서 ‘토지’를 적었다. 언젠가 바다를 주제로 세계적인 대작을 낼 경주의 특출한 작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바다는 물류 유통의 길이요, 항구는 선전 문명의 나들목이다. 경주도 환태평양을 향한 긴 해변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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