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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가 된 山寺와, 절간 같은 학교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5월 16일
↑↑ 최병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병정놀이/ 칼싸움 하느라// 소 잃고/ 울던 동무// 마을 어른들/ 칠흑밤길 횃불 들고// 이 능선/ 저 골짜기/ 소 찾느라 야단 법석// 나/ 아직도/ 산길 걸으며// 그 소(牛)/ 찾고 있다.』
필자의 수필집 ‘소 찾아 걷는 산길’의 주제로 삽입한 시다. 어린 시절 소 먹이러 다니던 추억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도 되고, 나와 우리가 혼미한 내·외적 갈등 속에 살아가면서 지향하는 바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되겠다. 또 절간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라면, 수행 정진을 통해 본성을 깨달아 가는 길을,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10폭의 그림으로 형상화한 십우도(十牛圖), 혹은 심우도(憳牛圖)의 내용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리라.
심우도의 깊고 넓은 뜻을 짧은 지면에 논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에 공부 삼아 옮겨보면, 잃어버린 소(나, 자성)를 찾아가는 심우(尋牛), 어렴풋이 소 발자국을 찾은 견적(見跡), 소를 찾은 견우(見牛), 거친 소를 붙잡은 득우(得牛), 소를 자연스럽게 다루는 목우(牧牛),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는 없고 사람만(나)만 있는 망우재인(忘牛在人), 소도 사람도 없는 인우구망(人牛俱忘), 다시 처음(根源)으로 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 마지막 술병을 차고 저잣거리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입전수수(入廛垂手)로 완성된다.
오월 초에 며칠 조용히 쉬었다 올 요량으로 계룡산에 갔었는데. 사하촌(寺下村)상가에서는 지자체가 벌인 축제로 요란했다. 번잡함을 피해 도망치듯 걸어올라 산사에 올랐더니, 그 곳 또한 춤추고 노래하며 시끌벅적하고, 줄지어 쳐 놓은 천막에서는 온갖 물건을 내 놓고 장터같이 번잡하고 소란함에 정신이 어질어질 하였다. 요즘 전국 어느 사찰에서나 이런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심우도의 마지막 입전수수(入廛垂手)의 경지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필자의 눈에는 어쩐지 못마땅하니,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때 까지, 다시 소 찾아 길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편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전국의 학교들은 입시를 위한 지식 교육에만 매달려 절간이나 수도원같이 적막하고 무겁기만 하다. 그저께 저녁 늦게 울산의 어느 호텔 로비에서, 30대 중반의 똘똘한 젊은이를 만났는데, 필자가 최근 어느 불교단체 서적 편집 소임을 받아 그녀의 원고를 접하면서 묵은 인연을 찾았다.
상담과 토론을 통해 ‘참나’를 찾아 진화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국제 아바타 코스’ 지도자로서 서울에서 10일의 일정으로 내려 온 그녀는, 10년 전에 초임 교사로서 학교,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들의 틈바구니에서 크게 상처를 받아 한방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상담과정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 놓으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으나, 자신과 교사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그 치욕적이고 모멸적 사건들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스스로 깨우침을 얻고 단기간에 건강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 후 서울로 올라가 몇몇 상위학교를 거친 다음, 자신의 전공을 살린 학원을 경영하면서 동시에 ‘아바타’ 국제 마스터로 화신하여 교육과 사업,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도 하면서 활기차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이 단기간에 좌절을 도약의 기회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일상에서 수행 정진을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남다른 내공을 쌓아온 결과라고 느끼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고, 모레는 ‘스승의 날’이다. 불가에서는 부처님을 롤-모델로 삼아 끊임없이 정진하며 ‘참나’를 찾아 견성성불(見性成佛)하고자 한다. 무지한 혹자들은 우상이라 하지만, 부처님의 존재는 분명 인류의 큰 스승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하는 제자들도 모두 도사(道師) 대사(大師), 법사(法師)라고 칭하지 않는가.
학교나 절간이나 가르치고 배우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스승과 제자가 진정 어떤 자세로, 어떻게,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이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 사회, 국가 또한 아이들과 중생들을 위한 건실한 밑거름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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