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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갈무리는 다 했지러?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20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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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나그네 석양에 갈 길 바쁘다. 게으른 여자 섣달 그믐날 부지런 떤다.” 참 재미있는 속담이다.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한, “섣달 그믐날, 게으른 놈 지게 지고 나무하러 가고, 게으른 년은 빨래한다고 나댄다”는 속담도 있다. 일의 경중(輕重)과 차례와 때(適時)를 생각지 않고 있다가 뒤늦은 막바지에 ‘철없이’ 허둥대며 분답을 떠는 못난 사람들을 풍자한 의미깊은 교훈이라 하겠다.
기원 전 300년에, 중국의 순자(荀子)는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가두어 겨울에 갈무리하며 사철 그 때를 놓치지 말라.(春耕夏耘 秋收冬臧 四時不失時)라고 가르쳤다. 오랜 농경사회를 거치고 공업사회를 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이 글로벌화 된 정보화 시대도 지나 4차 산업사회에 진입한 현대인의 일상에서도 2300년 전 순자가 가르친 이 덕목은 절실히 유효하다 할 수 있다.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우화 ‘개미와 배짱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봄과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며 놀던 배짱이가 엄동설한에 대책없이 헐벗은 모습으로 개미집을 찾아드는 모습은, 창고에는 차곡차곡 곡식이 쌓여있고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과 개미의 집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필자는 산을 좋아하여 남달리 즐기는 편인데, 특히 겨울 산행 중 깊은 산속 눈 덮인 암자나 산장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가지런히 쌓아 놓은 장작더미를 보면 안온(安穩)함을 느낀다.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겨울나기 준비를 했을 산(山) 사람들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 관심을 가지고 산사(山寺) 구석구석 눈여겨 살펴보면 겨울 채비가 어디 장작뿐이겠는가? 도심에 사는 보통사람들도 추위가 닥치기 전에 ‘갈무리’해야 할 일들과 해가 바뀌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옛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옛 지인을 만나면 주고받는 여러 인사 중에 꼭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인사가 있었다. “우쨋노? 아 ̴ ̴들은 다 갈무리 했지러?”이다. 그러나 요즘 교양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혼기에 든 자녀의 근황을 묻는 일은 상호간 금기 사항으로 되어있다. 가까운 친척이나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참 조심스럽게 되어버렸다.
앞에 적은 속담처럼 게을러서도 아니요, 어떤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요, 교육이 덜 되었거나 잘못 가르친 것도 아닌데, ‘마무리’와 ‘갈무리’가 되지 않으니,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일까? 이제 이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원인과 대책도 국가와 사회가 주요 정책으로 풀어가야 할 큰 과제로 대두되어 있다.
필자는 간간히 주례를 할 때가 있다. 늘 그렇지만, 특히 해를 넘기기 전에 하는 겨울철 결혼식에서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가르쳐서 짝 맞추어 ‘갈무리’하고 책임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각 장면마다 보이고 느껴지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며 민망스러울 때가 더러 있다.
살아가면서 제 때 마무리하고 갈무리해야 할 일을 미루어 두었거나 해결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담은 큰 바위에 눌린 듯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지만, 그 중에도 과년(瓜年)한 자식의 마무리와 갈무리가 늦어져 애태우는 부모들의 부담이 만만찮음을 공감한다.
무술년 새해를 맞이한 지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 달력은 벌써 반을 넘어서고 있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공‧사적으로 마무리하고 갈무리해야 할 일들로 분주한 때다.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며 곧 맞이할 새해를 기다린다.
혹여나 개인이나 가정에 못다 마무리하고 갈무리 못한 일이나, 새해에 닥칠 세태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차분히 합장하고 명상에 잠겨보자, 이도 아니면, 옛 조상의 유훈(遺訓)을 되새겨 보거나, 곰팡이 냄새 나는 속담 사전과 먼지를 뒤집어 쓴 고서(古書)를 뒤적이며, 느긋하게 한 박자 쉬어 감은 어떠하리?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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