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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콩밭 매는 아낙네야 !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7월 19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마을 회관의 스피커 소리가 한낮의 정적을 깨고 앞·뒷산에 부딪쳐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태풍 ‘프라삐론’도 큰 탈 없이 지나가고 지난 주 장마 비도 그치면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었다. 땀을 흠뻑 흘리며 태풍에 쓰러진 옥수수를 세우고, 주렁주렁 달린 오이, 풋고추, 가지를 따는 일이 참 재미가 있다.
잠깐 쉬면서, 태풍 전날 감자 캐낸 그 자리에 심었던 콩 모종이 나플나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양이 참 보기 좋다. 농민들의 건강을 우려해서 폭염 시 안전 수칙까지 알려주는 경보 방송을 듣고는 참 좋은 세상이구나 생각을 하며, 구성진 가락에 애잔한 가사를 붙여 가수 주병선이 부른 ‘칠갑산’이란 대중가요 생각이 났다.
『콩밭 매는 아낙네여,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사연 그리 많아 포기 마다 눈물 젖누나. ....』
콩밭 매어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젊은 가수가 부른 이 노래가, 콩밭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도 애창되는 이유는, 민요 ‘아리랑’처럼 우리민족의 보편적 한(恨)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어린 시절 콩밭을 매어 본 기억이 있다. 오뉴월 뙤약볕 아래 콩밭을 매면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숨이 확확 막혀서 수시로 일어나 남은 이랑을 세며 게으름을 피우던 기억도 아련하다. 어린 것이 얼마나 했겠냐만, 어느 집 없이 온 가족이 농사일에 메달리던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하루 품을 들거나 품앗이를 하는 아낙네들은 밭둑 옆 나무그늘에 ‘두디기’ 깔고 젖먹이 아기를 눕혀 띠로 나무에 묶어 두고 콩밭을 맸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동학대 죄로 큰 벌을 받을 일이요, 노동법으로 걸면 상당히 곤혹을 치러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때 그 삶은 의식주(衣食柱)해결을 위해 기꺼이 견뎌야 할 일상이었다.
암튼 그 때 콩밭 메던 아낙네들의 2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제 발전은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3세들은 정치 민주화와 사회보장, 복지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법적 제도가 마련된 시대에 살고 있으나, 경제 성장 둔화와 계층 간 빈부 격차, 고급 일자리 부족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성장 보다는 공정한 분배, 정의로운 경제 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향하는 취지와 방향, 그리고 순수한 의도는 좋으나, 여러 상황들이 그리 만만치 않아서 자본주의 경제 구조 속 현장 시장 경제 상황은 정부가 의도하는 바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필자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적 갈등과, 정치인, 각 언론사 논객, 심지어 경제학자들까지도 상반(相反)된 시각차가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 중 최저 임금 문제에 대한 논란도 그 한 예라 할 것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법이 사용자와 고용자에게 더 큰 어려움으로 나타난 현상에서 상당한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음도 보고 있다.
연령이나 건강 상태, 지적 능력이나 육체적 조건 등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임금을 규제하거나 보장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국민 개개인의 임금문제와 기업의 의욕적 경제적 활동에 대해 어디까지 규제하고, 보장하고, 보호하고, 유도해야 할까?
‘인간사천층만층구만층(人間事千層萬層九萬層)이란 말도 있듯이, 지금도 밥만 먹여줘도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일하고 싶다는 젊은이들도 있다. 법과 제도의 사각 지대에서 일할 기회를 잃고 당황해 하는 계층과 어려움에 처해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혜안을 기다려 본다.
오뉴월 뙤약볕에서 콩밭 매던 아낙네들의 어두웠던 삶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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