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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6월 25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자 북한이 전단 살포를 비난하다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는 중이다. 현 상황의 발단이 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주변사람들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인터넷 시대에 전단 살포는 구태의연한 방법이라는 말, 쓰레기를 이웃에게 뿌리면 안 된다는 말, 내 주장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남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말이 오고 간다. 최근의 사태를 조금 더 조사하면서, 전단 살포는 탈북자가 주도하는 2개의 단체가 한다는 사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어 전단 살포를 반대한다는 사실, 그 동안 경찰은 전단살포 현장에서 단속했다는 사실, 이들 단체는 그 행위를 선전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최근에는 페트병에 쌀을 넣어 보내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사실, 북한은 전단살포에 민감한 데 그 이유 중에는 지도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함께 코로나감염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법률상의 쟁점은 대북전단을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승인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다. 반출승인 대상이라면 미승인반출로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한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1990년에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전단의 일방적 살포를 예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 법상 물품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인데 대북전단은 경제적 가치가 없어 법률상의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승인의 대상이 되는 물품의 반출은 ‘매매, 교환 등의 목적으로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의 이동’인데 일방적인 전단 살포가 반출에 포함되기도 어려우며, 남한에서 하늘에 풍선을 띄우는 등의 행위가 남한과 북한 간의 물품의 이동인지도 의문이 든다. 결국 대북전단 살포는 반출승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 문제는 당초 법이 예정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행위이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2015년 무렵 선고된 민사판결이 있다. 시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제지하자 그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 판결은 결론이 타당하지만 논리전개에는 비판할 점이 있다.

먼저, 표현의 자유에서 표현의 내용에 대한 자유는 강하게 보호받는 반면에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자유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제한이 가능한데, 법원은 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전단의 내용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여부와 전단을 어떻게 살포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전단의 내용이 아니라 살포방법을 문제 삼아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면 가능함에도 법원이 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판단한 것은 비판되어야 한다.

또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만 제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 100년 전 미국에서 발달한 법리인데, 미국에서는 기본권 중에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있고, 그런 우선적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우선적 기본권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 법리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나, 한국헌법에서는 기본권들 사이에 우열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선적 대우를 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대북전단 살포로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이 가능할 것이고, 그 제한의 요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 이제 대북전단 살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웃이 원하지 않는 전단지를 그 집에 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내가 주먹을 뻗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상대의 얼굴 앞에서 멈추어야 한다. 누구라도 북한주민을 상대로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의 행사방법은 법에서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찾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의 태도는 비난받아야 하고, 우리 정부가 북한의 무례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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