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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와 신라의 달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6월 18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하략)』 8년 전인 2012년에 여수 국제해양박람회가 열리면서 여수는 새로운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계기가 되었다. 여수가 아름다운 바다 풍광과 풍부한 해산물로 좋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자연 조건으로 볼 때는 다른 해양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 즈음에 아티스트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노래 ‘여수 밤바다’는 여수를 홍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아직도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여수를 찾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 조건이나 역사·문화적 조건으로 따진다면 경주의 관관자원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6,70년대부터 관광인프라 조성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특혜를 입은 셈이다. 그래서 한 때 경주는 제주도와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사시사철 학생 단체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은 물론이고, 일반 단체 관광객들과 외국 관광객들까지 몰려들어 최고의 관광 특수를 누렸다.

그 즈음에 대중가수 현인이 불렀던 ‘신라의 달밤’은 경주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사의 1절은 ‘신라의 달밤’ ‘불국사의 종소리’ ‘금오산 기슭’ ‘지나가는 나그네’ ‘고요한 달빛’ 등의 노랫말을 동원하여 신비로운 경주의 풍광과 낭만적 분위기를 띄웠고, 2절은 ‘화랑도’, ‘천 년 사직’, ‘궁녀’, ‘대궐’ 등을 동원하여 화려했던 신라 역사의 자취에 젖어들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 전국 관광의 흐름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관광객 개개인의 목적과 취향이 너무나 다양하여 전반적인 관광 패턴과 트렌드가 그 전과는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고, 그 변화 속도와 범위는 변화무상하다.

거닐고 싶은 한 컷의 사진, 머물고 싶은 그림 한 폭, 다시 찾고 싶은 맛 집,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고 싶은 꽃밭의 포토죤. 가슴 설레는 한 줄의 시구, 멀리서 달려와 줄서고 싶은 공연장.....

그러다 보니, 각 지역지자체들은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으로 유·무형의 매장 관광 자원을 발굴·운용하여 관광객의 오감五感을 충족시키고, 칠정七情을 만끽하고 달랠(힐링) 수 있는 관광 상품계발에 앞 다투어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런 중에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리는 사례들은 볼 수 있는데, 그 결과는 지자체의 살림 규모와 인구나 면적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경주처럼 특별한 조건을 갖추어도 기존의 틀이나 자만自滿한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하면 관광객 유치誘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경우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친구와 오랫동안 국내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서울서 캠핑카로 인천을 거처 서해안을 따라 내러오던 친구와 군산에서 합류하여 서·남해안 열 두 시·군의 주요 명승지와 문화·예술 공간, 재래시장 등을 돌면서 많은 생각을 하며, 보고 들었다. 그러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경주의 문화·예술·관광 정책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해봤다.

짧은 지면에 어설픈 소견으로 감히 언급하기가 두렵지만, 여행 중 마음에 담았던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경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무궁무진한 유·무형의 관광자원이 널려있다. 흔히 경주를 역사·문화 도시라고 칭하지만, 하루 지난 어제도 소중한 역사이고, 철없어 보이는 젊은이들의 문화도 관심 가져야 할 문화다. SNS을 따라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젊은이들의 ‘소리 없는 흐름’을 세심히 살피면 답이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경주도 신라와 불교 역사·문화의 그늘에 가려 있던 새로운 얼굴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때가 되었다.

문학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경주인의 입장에서 문학부문에 제한制限하여 원고를 마무리를 하려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작은 흔적 하나라도 아름답게 포장하여 이야기 거리로 만들고 관광자원화 하는데, 세계적인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과, 한국 근대문학의 거장 김동리 소설가와 박목월 시인의 흔적이나 주요 작품 배경에 대한 경주인들의 무관심이 안타깝다.

노벨문학상 최종 심사까지 올랐던 김동리 선생의 소설 ‘무녀도’의 배경인 서천과 ‘애기청소’도 관광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 또한 살리지 못하는 자괴심이 크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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