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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동자와 노아의 방주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5월 21일
↑↑ 최 병 섭
수필가
ⓒ 서라벌신문
1974년 대학 1학년 때, 소설 ‘25시’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로 더 알려진 ‘25시’의 제목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 메시아가 강림해도 대책 없는 시간, 인류의 구원이 끝난 시간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그의 강연 중에서 ‘잠수함 속의 토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잠수함은 요즘처럼 첨단 장비가 없어 산소 공급을 위해 수시로 수면 위로 올라야 했다. 군인들이 산소부족을 감지되면 이미 때가 늦어 모두 질식사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먼저 감지 할 수 있는 토끼를 배(艦)에 싣고 다녔다고 한다.
작가 게오르규는 실제로 전쟁 중 잠수함에서 죽어버린 토끼 대역을 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소설 ‘25시’를 통해 전쟁과 이데올로기, 사회모순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경종(警鐘)을 울리며, “시인(작가)들이 이 사회의 등불이 되고, 잠수함 속 토끼처럼 시대의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느낌과 견해를 창작, 저술, 강연을 통해 적극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캐톨릭 신부인 그가 스님들을 만나고 사찰 체험을 하면서 타 종교를 파벌 없이 넓게 포용하는 한국불교에 감동했고, 통도사에 머물면서 ‘세계를 밝힐 찬란한 빛이 한국 사찰에서 나올 것이다.’라며 한국불교에 대해 큰 기대와 예언하기도 했다.
성경에 나오는 배(舟)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이 대홍수를 통해 사악한 인간 세상을 심판 하면서 가족과 모든 동물의 암수 한 쌍 씩 ‘노아의 방주(方舟)’에 실어 구원 했고, 나머지 모든 사람과 동물들은 홍수에 빠뜨려 멸망케 했다는 이야기는 계시(啓示)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전 세계 인류는 ‘코로나 19’ 재앙을 맞이하여 공포에 떨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수많은 죽음을 보면서 ‘노아의 방주’가 생각났고, 메시아, 구원, 종말, 예언, 심판.....등의 메세지가 큰 울림으로 들린다. 과학•물질문명의 범람, 정신문화의 타락, 사회구조의 모순, 환경 파괴, 도시인구 밀집.....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이미 선지자와 예언자, 사회학자나 미래학자와 철학자는 물론이고, 잠수함 속 토끼와 같은 작가들도 예견한 바이지만, 이번 재앙은 우리게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불교에서도 ‘반야용선’이라는 배(船)가 있다. 반야(般若)는 ‘깨달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근원적 지혜’라고 풀이되고, 용선(龍船)은 용의 형상으로 만든 배로 어리석은 중생들이 지혜의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편(方便)의 배가 되겠다.
반야용선은 큰 절의 법당 천정이나 외벽 탱화에서 볼 수 있는데, 운문사에 대웅보전에 가면 반야용선에 대롱대롱 매달린 ‘악착동자보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과 작별인사 하느라 배를 놓치고는 가까스로 밧줄 끝을 잡고 악착같이 매달려 지혜의 바다를 건너가는 동자보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평생을 아등바등 어지러이 살아가는 나를 보는 듯하다.
인간 세상에 전쟁이나 천재지변, 큰 다툼과 무서운 질병 같은 환란이 닥치면, 그 환란에 맞서서 싸우거나, 구원을 받기 위해 앞 다투어 악착 같이 매달리기도 하는데, 요즘의 사찰은 그야말로 절간처럼 조용하다. 관광객의 행렬과 신도들의 출입은 물론이고, 스님들도 법당에서 예불 올리는 스님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동한거와 하안거 보다 한 차원 높은 ‘코로나 안거’에 들어 면벽•묵언•참선으로 수행•정진(修行•精進)함을 기본으로 삼는 분위기로 느껴진다.
전국 모든 사찰에서 일사분란하면서도 분답잖게 진행되고 있는 불교계의 이번 대응을 지켜보면서, 모든 신앙의 존재 이유와 종교 지도자의 역할과 신도들의 마음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땅의 모든 인류가 잠수함 속 토끼처럼 이성적 깨우침의 눈을 뜬 예언자가 되고, 노아의 방주에 오르지 못한 어리석은 모든 중생들도 악착동자 보살심(菩薩心)으로 반야용선에 동승하여 근원적 지혜의 깨우치고 피안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달 뒤로 미루었던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를 열흘 남직 앞두고 있다, 자비로운 부처님의 가피로 평화로운 기운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합장 발원(發願)한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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