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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도 잡고 초가삼간도 지켜야 하는데...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3월 12일
↑↑ 최 병 섭
수 필 가
ⓒ 서라벌신문
지난 해 가을, 이런저런 문화 행사에 무리하게 찾아다니다가 몸살이 났다. 처음에는 대추와 생강을 달여 마시고 잔주리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결국은 병원에서 주사까지 맞고는 꼼짝 않고 집에 드러누워 버렸다. 처음 며칠 동안은 마음이 조급해 졌으나,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젊을 때 읽던 책들과 일기장 뒤적이고, 옛 사진첩도 넘기며 추억도 더듬어 보고, 평소에 소원(疏遠)했던 분들께 안부 전화도 드리면서 종횡(縱橫)으로 얽힌 인연의 폭과 깊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열흘 정도 두문불출(杜門不出)을 하다 보니,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옛 속담을 떠올리며 ‘바디-스캔(Body Scan)’과 ‘마인드-컨트롤(Mind Control)’이라는 명상법을 시도해보며 내 몸과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 되면서 감염차단을 위한 모두의 노력들이 힘겹고 눈물겹다. 그런 중에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권장 수칙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감염예방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나, 문을 걸고 서로를 경계(警戒)하며 지내야 하는 상황에 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현 재난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해 보면, 수많은 언론들은 이 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많은 분량을 다루고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국가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감염확산 방지에 매달려 있다.
그러는 동안, 해일처럼 밀려오는 경제활동 위축, 정치 지도력과 행정력의 균형 상실, 국제외교의 첨예한 갈등과 마찰, 국민들의 불안 고조와 사회 혼란 등을 두고 그 해결 우선순위나 대응수위 결정과 완급조절을 해야 할 정부 당국은, 민심 동향을 살피며 빈대도 잡고 초가삼간도 지켜야하는, 상당히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있는 듯하다.
어제와 오늘,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국가 시스템이 올-스톱’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탈리아 작가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에 페스트가 창궐하여 사회가 극도로 혼란에 빠진 중에 7명의 숙녀와 3명의 남자가 피렌체 교외 별장에서 합숙하면서 하루에 10여개씩 열흘 간 들려 준 100가지 이야기를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로, 내용이 다소 외설적이긴 하나, 기발하고 슬기로운 ‘지혜’도 담고 있다. 코로나 소식에 자칫 우울 할 수 있는 요즘, 눈을 돌려 차분히 독서를 하며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 사는 사위와 며느리 내외가 매일 전화하여 실황 중계하듯 코로나 소식들을 전하며 안부 묻고 조심을 당부하니,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러나 오늘은 딸에게 “애 어미가 외적환경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으니, 매사에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조심스런 당부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한 장면 내용을 요약하여 문자 발송했다.
『비바람 천둥번개 치는 밤, 공포에 질린 대령의 일곱 자녀가 가정교사 마리아의 침실에 하나 둘 찾아들자,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쾌한 노래를 부르고, 베개싸움도 하며 두려움을 잊고 즐거운 밤을 보내는데....』 이런 시기에 젊은 엄마아빠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감상한다면 시사(示唆)하는 바가 잔잔한 큰 울림으로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이쯤에서,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 한가롭게 소설과 영화 이야기나 하고 있다는 핀잔을 하실 독자도 있으리라. 그러나 정부와 의료진들이 질병 예방과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동안, 학자와 교육자, 그리고 성직자와 영향력 있는 작가들 까지 모두 차분히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여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편안히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사회학 학자들과 정신의학 전공의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와 사회적 관계,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 원인, 과정, 결과를 분석하여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향후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한 종합 데이터 구축을 준비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할매와 할배들이 경륜과 지혜를 모아 나라와 소중한 모든 아들과 딸과 손자와 손녀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어려운 환란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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