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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09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경자년 새해를 맞았다. 이른 아침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딸을 배웅하러 인천공항에 갔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일출이 있었지만 서쪽으로 달리는데다가 구름도 잔뜩 끼어 해를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해가 떴다는 사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이른 아침 공항에서 자녀를 배웅하는 부모를 여럿 보았다. 새해 첫 날에도 쉼 없이 움직이는 시대인가 보다.
세배 드리고 친인척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넷플릭스에 근무하는 조카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물을 공급하는 플랫폼은 충분히 구축되었고 미래는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한다.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인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물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시작부분은 흥미로운데 작품이 중반에 접어들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무리로 가면 시들해지는 것 같은데 왜 그러냐고? 조카는 내 말에 동의하면서 그렇게 된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사전 제작분 10~20%를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대본을 완성해 나가는 소위 쪽 대본의 현실, 사전제작한 후에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잘 실행되지 않는 시장상황, 드라마 작가들의 양성방식이 도제식이라 체계적인 교육이 어려운 점 등의 여러 사정이 겹쳤다고 한다. 지금의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장래가 걱정이라는 점에 대해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잠시 후 인공지능(AI)에 관심 많은 분이 끼어들었다. 지금도 스포츠 기사나 주식 시황 보도는 대부분 인공지능이 작성하는데, 시나리오 작업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전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드라마가 많은데,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와 현대의 생활방식에 관한 자료를 인공지능에게 입력하고, 작품의 줄거리와 주인공의 성향 등 조건을 적절히 부여해 주면 인공지능이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드라마 작가는 그 초안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 나가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처음 들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래도 아직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작업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과 이미 기성 작가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지는 않지만 과거를 현재화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체적인 대화 분위기로 보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본을 쓰는 그런 현실이 도래해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화중에 이런 의견도 있었다. 인공지능에게 데이터를 입력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해 내라고 지시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게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회에서 알파고는 기존의 프로기사들이 두지 않던 특이한 한 수를 두었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그 한 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십 수를 더 진행하자 그 특이한 한 수가 효과를 발휘하였고 결국 알파고가 승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방식을 드라마에도 적용해 보면, 지금껏 인간이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의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그럴 듯 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이야기의 원형을 어디서 찾을까 생각하던 중 문득 삼국유사가 떠올랐다. 삼국유사엔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무척 많다. 단군의 출생이 그렇고 이름도 이상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이야기도 그렇다. 원효와 사복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그런데 승려인 일연이 그런 이야기를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고, 천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는 것을 보면 그 이야기들이 허무맹랑한 것은 아닌 듯싶다. 그밖에도 신화나 전설 중에 나오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황당한가? 변신에 능한 구미호, 떡 하나 달라고 말하는 호랑이, 동짓날 팥죽할멈을 잡아먹으러 갔다가 혼이 난 호랑이의 이야기 말이다. 밑도 끝도 없는 그런 이야기를 소재로 인공지능과 협업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신화와 전설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의 본성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인공지능은 냉정하게도 그 진실을 끄집어 낼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그런 본질적인 이야기는 처음엔 낯설겠지만 곧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도 있다. 새해엔 삼국유사의 이야기 무대 경주에서 미래의 드라마를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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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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