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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잡지를 알게 된 후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0월 24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격월간 수필잡지 <에세이스트>를 알게 된 지 5년쯤 되었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엔 독자였다가 수필공부반 학생이 되었고, 어쩌다가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관심분야인 북한문제로 꾸준히 글을 쓰다가 지금은 ‘통일단상’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하는 중이다. 매년 단풍놀이 갈 즈음에 ‘가을세미나’란 이름으로 열리는 수필작가모임에도 참석한다. 이 모든 변화는 수필잡지를 알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5년 전쯤의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수필을 찾아 읽지는 않았다. 주로 역사와 사회과학 분야 그 중에서도 북한 관련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북한법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법을 공부할수록 북한의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컸고, 현실사회에서 일어나는 북한의 변화가 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변화를 추적하고 있었다.
<에세이스트>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이 잡지를 몇 번 보내주어 가끔 그 책을 읽었다. 작가들 대부분이 은퇴한 분들이고, 성별로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며, 여성 작가들의 소재는 가족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인지라 50대 남자인 내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가 김종완 편집인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보자’라는 구호가 눈에 띄었다. 마침 그 잡지에서 ‘서정과 서사’라는 이름으로 수필교실을 열고 있었는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수필교실과 내 직장은 지하철 한 구간의 가까운 거리였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 북한법 연구자로서 공부하고 배운 것, 내가 생각하는 통일문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매주 수필교실에 참석하면서 꾸준히 글을 썼다.
처음엔 이것저것 내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 글 쓰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 묘사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수업시간에 이런 것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묻기도 했다. 동료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나와 다른 반응을 하는구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글쓰기에 조금씩 눈떠가면서 내 생각만이 아니라 내 글속에 등장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상황묘사를 잘하는 분을 만나면 그 사람의 글 쓰는 재주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분을 만나면 그 사람보다야 내가 낫겠지라며 위안삼기도 했다. 한 두 해가 지나면서 북한문제에 대한 글을 자주 쓰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주제들, 통일은 꼭 해야 하나, 남남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주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탈북자를 만나면 어떻게 대해 주어야 하나… 이런 주제별로 하나씩 글을 써 보았다.
글을 쓰면서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문단을 써 내려가면서 내 말이 맞는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은 왜 틀렸는지를 정확히 쓰기가 어려웠다. 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내 생각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고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별 문제가 없던 말들이, 차분히 글로 써 보니 그 말이 논리적인지, 시대정신에 맞는 말인지 자신이 없었다. 단지 나의 주장을 이런 표현 저런 기법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런 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2년째 통일단상을 연재하고 있다. 두 달은 왜 그리 빨리 오는지, 원고를 제출하고 돌아서면 또 다음번 원고 기고일이 닥쳐온다. 아, 이번 달에는 무슨 이야기를 쓸까나? 수필잡지를 알게 된 이후 새로 생긴 고민이다. 다행히 그 고민이 즐겁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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