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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요고성(平遥古城)에서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9월 26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중국 산서성(山西省) 평요현(平遙縣)에는 고대 도시가 있다. 여름휴가 기간에 다산연구소가 주관하는 중국인문기행에 참가하였는데, 하룻밤을 고성 내의 객잔에서 묵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서울에서 서쪽으로 쭉 이어가면 산서성이 나오고 거기 어디쯤 평요고성이 있다. 고성은 중국 전통 양식이 잘 보존된 도시로 14세기에 건설되었다. 평요의 도시 구조는 5세기에 걸쳐 건축 양식과 도시 계획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금융업과 관련된 건축물인데, 평요는 19세기와 20세기 초 중국 금융의 중심지였다.
고성은 1997년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토성으로 둘러싼 성내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모든 버스는 성 안쪽 진입이 금지되어 있어 필자가 탄 버스도 성 밖 주차장에 주차하고, 거기서 차량 한 대 당 열 명 정도 탑승하는 전기차를 이용하여 성안의 숙소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골목길에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중심 거리에는 상가가 쭉 이어져 있었다. 민속공연을 하는 식당에서 공연을 관람하면서 저녁식사를 한 후 성안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홍등이 걸린 골목 따라 쭉 이어진 2층 규모의 숙소는 청나라 시기 건물을 약간 개조한 것이었는데 방과 정원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꾸며져 있어 현대식 호텔과 달리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늦었지만 그냥 잘 수가 없어 일행들과 숙소를 나와 상가 거리를 걸어 다녔다.
상가와 음식점은 자정 무렵까지 영업을 계속하였고, 치안상태는 아주 좋았다. 호객행위는 없었지만 일단 가게에 들어서면 가게 주인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열심히 상품소개를 했다. 은(銀)공예품 가게에서 장신구와 찻잔을 구경하고 있는데, 여자 종업원이 중국말로 열심히 설명을 하기에 “나는 한국인이라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그 종업원은 휴대폰으로 통역프로그램을 띄우더니 자신이 중국어로 말한 후 그 번역본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 가게는 수공예품을 파는 곳이고, 여기서 보는 제품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라는 소개와 함께 “가격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다. 외국여행객을 상대하는 종업원의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 깊었다. 상가 중에는 간식거리를 파는 곳이 많았다. 현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는 엿을 사서 일행과 나누어 먹으면서 중심거리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쭉 걸었다. 상가의 불이 밝아 밤거리를 걷기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지역특산품을 파는 곳에서 메밀차를 한 통 사고, 종이인형 만드는 가게에서 인형 만드는 방법도 물어보면서 이곳저곳 구경하며 다녔다. 한참 다니다가 맥주나 한잔 하자는 동료의 제안에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맥주와 안주를 시켰다. 서투른 중국어와 메뉴판에 나오는 그림을 조합해서 주문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평요는 청대 말엽 중국 금융의 중심지로 전국의 절반이 넘는 20여 개의 사설금융기관인 표호(票号)가 있었던 도시이며 또한 현재까지 가장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고대 도시다. 그런 고대도시 한 가운데 관광객을 위한 숙소를 짓고, 관광객이 밤늦게 자유롭게 쇼핑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산서성은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영토였고, 이 지역 상인은 진상(晉商)으로 불리며 큰 활약을 했다는데, 밤늦게까지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진상의 정신인가 짐작해 보았다. 그냥저냥 하루 종일 천천히 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은 도시다.
다음날 아침 비가 내렸다. 강수량이 적은 이 곳에서 비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호텔에서 전기차를 타고 성 바깥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차량이 진입하지 않는 고성에서, 옛 모습이 유지되는 숙소에서 묵은 하룻밤은 특별했다. 평요고성, 이 도시엔 또 가고 싶은 매력이 있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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