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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1)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9월 05일
↑↑ 이 종 래
경주중부교회 목사
ⓒ 서라벌신문
요즘 한일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정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필자는 2005년부터 일본선교회의 이사로 활동을 해왔고, 2013년부터 4년간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일본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이나 일본교회 목회자들과 깊은 교류를 하여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일본을 12~13차례 다녀오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일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흔히 일본에 대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하여 식민통치를 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늘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일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하여 강제징용 문제와 독도의 영토분쟁 등이 더욱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아베 총리가 무역보복의 칼을 빼든 것으로 시작해서 두 나라의 관계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화 일로에 있다.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아프게 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본이 경제대국이요,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에는 일본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일본을 두둔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본을 너무 모르면서 적대적인 감정이나 라이벌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한 나라이고, 본받을 것이 너무 많은 나라이다. 물론 필자가 일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일본과 일본 사람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하려고 한다.
먼저 한국인과 일본인의 가장 기본적인 정서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해 보자. 한국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情)’이다. 이것은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폭이 더 넓고,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사랑과 우정과 자비를 포함하는 독특한 정서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이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은 ‘연(緣)’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인의 심성은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집단적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속한 ‘연’의 존재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것을 존속하기 위해 ‘정’을 구사하게 된다. 그래서 적어도 같은 연에 소속된 사람들 간에는 ‘한솥밥 먹는 식구’라는 유대감이 형성되어, 때로는 소유의 구별과 사리의 분별을 넘어서기도 한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의 이면에 숨어있는 과격한 성품이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적 정서와 결합하여, 집단 간에 극렬한 투쟁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일본인의 정서적인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할 때 ‘키쿠바리(氣配り)’라는 단어를 들 수 있다. 이 ‘키쿠바리’라는 말은 ‘배려’ 또는 ‘친절’로 번역할 수 있는데, 사실 일본인을 단순히 ‘배려’ 또는 ‘친절’의 코드로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한다. 이 ‘키쿠바리’는 한국인의 은근하고 끈끈한 ‘정’과는 달리 좀 더 외면적이고 사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의 남을 배려하는 친절한 마음은 ‘와(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인은 외적으로는 집단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내적으로 철저한 개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정서가 서로 충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전체 집단의 공동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와’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집단 전체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 각 개인의 평화와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인적인 권익을 위해 집단을 이끌고 나가는 권력에 맞서 항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개인의 평화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더욱 강력한 통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것에 철저하게 순응하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질서의식이다. 우리는 그것을 일본 동북부에서 일어난 대지진이나 큐슈 오이타현에서 일어난 지진 때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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