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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다가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3월 28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나는 자주 신문을 본다. 매일 보는 신문도 있고 매주, 매월 단위로 보는 신문도 있다. 돈을 내고 구독하는 것도 있지만 소속한 단체에서 회원에게 보내는 것도 있고, 더러는 어떤 경로로 받게 되었는지 잊었지만 계속 보내주기에 보는 것도 있다.
지난달 대학신문을 넘겨보다가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정년을 맞은 교수들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내겐 10년쯤 선배들이다. 그들의 인생은 어떠했는가?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선한 세상을 고민하다(불어불문학과 최권행)>
Q 학자와 교수로서 추구한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A 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가려는 태도를 끊임없이 고집했다. 서양문학을 보면 그리스 사람들은 항상 ‘선하다’와 ‘아름답다’를 같이 쓴다. 인간은 대부분 어떤 사람이 선할 때 그 사람을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인간 자체는 선한 존재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삶은 선한 것을 향해야 한다.

<15년 된 팬클럽이 있는 교수(윤리교육과 박찬구)>
Q 팬클럽이 있다고 들었다.
A 사실 수업이란 것도 텍스트를 빙자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뿐인 작은 강의라도 후학들과 만나 눈을 마주치고 기를 주고받는 시간은 매우 소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떤 만남이든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하다 보니 인연이 닿아 학생들이 내 강의가 좋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팬클럽을 모집하게 된 것 같다. 1기 회장이 04학번인데 지금도 만나고 있다. 팬클럽 회원이 몇 안 되긴 하지만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 같이 맥주를 마시곤 한다.
나는 매 학기 한 과목씩 대학원 강의를 한다. 강의하면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사람은 가르치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의 뜬금없는 질문, 전문가들이라면 하지 않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게 되고, 그들의 관심을 통해 현 시대의 문제의식을 알게 된다. 그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학생들 삶의 힘겨움을 느낀다. 강의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내겐 팬클럽이 없지만 매 학기 내가 한 번씩 맥주를 사고, 종강 때 학생들이 나를 초대해서 맥주를 같이 마신다.

<생명을 구한 시간을 글로 남기다(의학과 김동규)>
Q 칼럼이나 에세이를 많이 쓰는데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A 살다보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회의가 들 때도, 보람을 느껴 가슴이 벅찰 때도 있다. 그런 감정들은 대개 찰나에 지나가 버릴 뿐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그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어 처음에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사진에 내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은 수단이 글이다. 글자로 생각을 기록해 두니 나중에 곱씹기도 편하고 다른 이들에게 내 생각을 더 쉽게 전할 수 있었다.
나도 어느 한 순간에 떠 오른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다. 처음엔 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포착한 사람의 다양한 표정에서, 사람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꽃송이에서 새로운 기쁨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회생활과정에서 느낀 복잡 미묘한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김동규 교수가 걸어간 길을 나도 따라가고 있다. 누군가 나의 후배도 나의 길을 따라 올 것이니 한 걸음 한 걸음 정성들여 걸어야겠다.
인터뷰는 학생기자들이 한 것이고, 기사의 제목도 그들이 뽑았을 것이다. 학생기자들은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고 글을 쓰면서 그 교수를 나타내는 한 마디를 찾았을 것이다. 만일 내게도 인터뷰를 할 기회가 온다면 내겐 어떤 한 마디가 주어질까? 나를 규정하는 그 한마디는 이미 형성되었을까, 아직도 형성중일까?
참고로, 대학신문은 서울대학교의 학보다. 1952년 2월 4일에 창간되었다. 당시는 부산에 전시 연합대학이 있던 시절이라 각 대학교 별로 신문을 내지 않고 대학신문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신문을 내었다. 전후에는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가 그 이름을 이어 받아서 지금까지 학보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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