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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세미나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01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수필가 단체인 에세이스트는 해마다 가을세미나란 이름으로 1박 2일의 행사를 한다.
금년 행사장소는 춘천의 ‘강원 숲 체험장’, 전국 각지에서 90여명의 수필가들이 모였다. 토요일 점심 때 춘천에서 만나 행사를 시작했다. 109명의 작가가 한 편씩 기고하여 만든 수필책, 연간집(年刊輯) 발간을 기념하고, 창원에서 진등재 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백남오 수필가를 초청하여 ‘수필창작의 쟁점과 미래문학’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들었다.
백남오는 지금은 인문학이 쇠퇴하고 문학이 소멸하는 시대라고 현실을 진단한 후 시(詩)는 너무 어려워졌고, 소설은 독자 취향에 맞추느라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문학 장르가 방향성을 잃고 있는 이 시대에 진솔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수필이야 말로 이 시대의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수필의 가치를 조명한 후 수필가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수필을 쓰자고 격려했다. 수필은 소재의 문학이라 할 수도 있는 만큼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이 평생 종사해
온 분야에서 소재를 찾아보고, 이야기의 원형을 구현하도록 노력하자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저녁식사 전 마지막 행사는 분임토의, 10명씩 조를 이루어 미리 선정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의 주제는 “문학은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 나는 분임토의 진행을 맡았다. 행사진행방법을 안내하고 사람들이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었다. 조별로 돌아다니며 토론이 원만한지 살펴보았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문학이란 공통점이 있어 사람들은 금방 주제에 집중했다. 토론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겐 주어진 1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저녁식사 후 2차 행사, 단독 건물의 넓은 거실에 모였다. 거실이 넓었지만 50여 명이 섞여 앉자 움직일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엄기백 회장의 사회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문학을 하는 이유, 문학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문학과 맺은 인연도 달랐지만 열정만은 대단했다.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문학이 내게 사람을 만나게 해 주었다고, 그래서 여러분을 만났다고, 업무로는 만날 기회가 없는 문학인을 만난 덕분에 내 인생이 깊어지고 있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말을 했다.
일요일 오전은 분임토의 결과를 각 조별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당초 일정은 한 시간 발표에 한 시간 산책이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산책시간을 줄이고 발표를 여유롭게 했다. 조장들이 나와서 토의결과를 발표하고 본인의 문학관을 이야기했다. 발표자가 자신의 진솔한 사연을 말할 때에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중년 남자 백남경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소재로 수필을 쓰면서 과거와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니 감정이 격해져 울먹였다. 이젠 며느리를 본 전이순은 매운 시집살이를 글로 써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제대로 된 글을 쓰기도 전에 시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며 웃었다. 의사 조광현은 자기가 심장수술한
환자들의 기록, 그 중에서도 수술이 실패하고 환자가 사망한 차트를 복기하면서 자기를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성장했는데 너무 늦은 성장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쓸쓸히 웃었다.
단상에서 조별 발표를 하는 분들은 말로 수필을 쓰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의 내면을 대중 앞에 꺼내 보일 수 있는 저 분들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행사에서 알게 된 것처럼 문학이 내게 사람을 데려다 주었다면, 그러면 나는 문학에게 뭘 해 주었나? 늦가을에 스스로 묻는다. 나도 문학에게 그리고 동료 문인들에게 뭔가 해 주고 싶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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