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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무늬 수막새의 재평가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8일
↑↑ 손 원 조
전 경주문화원 원장
ⓒ 서라벌신문
속칭 ‘신라인의 미소’로 불리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 수막새가 보물로 지정 예고가 돼 30일 뒤인 오는 11월초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받게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일 경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신라시대의 얼굴무늬 수막새(人面文 瓦當)를 고려시대 금속공예품을 비롯해 군위 법주사의 괘불도 등 다른 다섯 점의 유물들과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일제 강점기 때 출토되자마자 일본인 골동품상인의 손에 넘어갔다가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의사에게 팔려간 뒤 사물(私物)로 일본으로 건너간 다음 1972년 환국할 때까지 무려 32년 동안이나 타국살이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이 얼굴무늬 수막새는 하마터면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귀중한 유물이라 정부의 이번 보물로의 지정예고 조치가 반갑기 그지없다.
직경 15cm에 두께 3cm 규모로 미소를 짓는 여인의 얼굴 모습인 이 얼굴무늬 수막새의 특징은 기와 제작틀로 찍어낸 일반적 방식이 아니라 장인이 직접 손으로 빚은 다음 바탕흙을 채워가면서 전체적인 형상을 만든 뒤 도구를 사용해 세부표현을 마무리한 기와로 당시 우수한 와당기술이 집약된 신라시대 기와부문 조각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와는 왼쪽 하단부가 일부 결실됐으나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 그리고 두 뺨의 턱선이 조화를 이룬 자연스런 여인의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둥근형태의 기와로 목조건축물의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던 수막새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32년 경주 흥륜사 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유물로, 출토 뒤 바로 일본인 골동품 상인이던 구리하라의 손을 거쳐 2년 뒤인 34년에는 당시 26세로 경주시 동부동 야마구찌 병원에서 근무하던 다나카 도시노부란 일본인 의사가 거금을 주고 구입해 6년 뒤인 1940년에 그가 귀국할 당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1972년 10월에 당시 박일훈 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32년 만에 고향 경주로 돌아왔으며, 일본인 의사가 수막새를 구입했던 그해 조선총독부 기관지이던 ‘조선’ 6월호에 소개된 바도 있었던 유물이다. ‘신라천년의 미소’로도 일컬어지는 이 수막새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타향살이 30여년 만에 어렵사리 국내로 돌아오게 된 이면에는 당시 박일훈 관장의 4년여 간의 집념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시내 계림초등 출신인 박 관장은 재학시절 계림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다가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으로 자리를 옮긴 오사카 긴따로 분관장과 사제지간인 인연으로 1940년에는 경주분관에 취직까지 했으며, 세월이 흘러 1963년에는 경주박물관장으로 부임한 그가 얼굴무늬 수막새의 귀중함을 알았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기와의 행방 찾기에 나서면서 은사이며 취직까지 시켜준 오사카 당시 분관장을 기억해 내면서 유물 환수작업이 시작됐다.
박 관장은 수소문 끝에 일본 출장 중 1967년엔 당시 긴따로 분관장 댁을 방문해 인면문 와당의 소유자인 다나카씨를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으며, 인연 깊은 제자의 간청을 들은 긴따로 분관장은 일본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가며 남다른 관심 끝에 어렵게 소재지를 찾게 됐다.
기쁜 소식을 들은 박 관장은 이후 북구주에서 의사로 재작하던 다나카씨 앞으로 생면부지인데도 한 달에 한 번 넘게 취지와 명분을 총동원해 신라 인면문 와당의 한국 귀환을 부탁하고 호소도 했다. 처음엔 “쌀 한가마니에 3원 정도이던 당시에 거금 100원을 주고 매입한 사물이기 때문에 전혀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던 다나카씨는 박 관장으로부터 4년 가깝게 50여 차례의 편지를 받은 뒤 줄기찬 박 관장의 호소에 감복한 그는 “당신에게 내가 졌다”라는 답장을 보내왔으며 1972년 10월엔 다나카씨 부부가 직접 유물을 들고 경주까지 찾아와서 경주시가 준비한 유물 수증식도 가졌다.
이 같은 사연을 가진 얼굴무늬 수막새는 1998년 제1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 때부터 엑스포의 상징마크로 사용되는 등 각종 행사 때마다 경주의 상징물로 사용되고 있다. 신라인의 염원이 담겼으며 높은 예술성을 가진 이 유물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2년 10월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수막새 기증 40주년기념 특별전시회’도 열어 어렵게 환국한 값진 유물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비록 형상은 일부가 결실됐지만 천년세월이 흘렀어도 깨지지 않은 잔잔한 미소가 돋보이는 얼굴무늬 수막새의 보물지정을 다시 한 번 더 기린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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