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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외국인투자를 원하는가?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05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남북 정상의 평양선언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한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려고 해도 정말 북한이 남한의 투자를 원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북한의 법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살펴본다.
북한 헌법의 체계는 남한 헌법과 조금 다르다. 북한 헌법은 제1장 정치, 제2장 경제, 제3장 문화, 제4장 국방에 이어 제5장에서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가 나온다. 이어서 제6장에 국가기구가 나오고 제7장에서 국장, 국기, 국가, 수도를 규정하고 마친다. 북한체제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은 제1장에 나온다. 북한은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고(제1조), 혁명적인 국가이며(제2조), 북한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제4조). 이런 내용을 보면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또한 제2장에서 북한은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와 자립적 민족경제에 의거하고(제19조),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하며(제20조), 개인소유는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것에 한정된다(제24조). 또한 세금이 없는 나라이며(제25조) 계획경제의 나라(제34조)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북한은 외국인 투자와 무관한 나라다. 자립경제를 추구하는 계획경제체제에서 외국인투자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북한이 말하는 ‘자립적 민족경제’는 ‘자기 나라의 자원과 기술,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경제’란 의미다. 사실 북한의 초창기 헌법은 외국인투자를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 증거는 북한 헌법 제37조다. “국가는 우리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 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 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 이 조항은 1992년과 1998년 두 번 개정되었다. 북한의 기관, 기업소가 다른 나라 법인과 함께 사업하고 경제특구를 만든다는 내용이 헌법에 꼭 들어가야 할 사항은 아니다. 시장경제체제 국가라면 외국인투자 허용은 정책의 문제에 불과하다. 그런데 북한에서 외국인투자 허용에 대한 내용이 헌법에 규정된 것은 북한이 정치우선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를 허용하지 않던 과거에서 이를 허용하는 현재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결단이 있어야 했고, 그 결단을 대외적으로 선포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1984년 합영법을 제정함으로써 외국인투자의 물꼬를 열었다. 그 이후 1992년 헌법을 개정하고 이어서 외국인투자법 등 여러 법령을 제정하였다. 법제정의 순서는 외국인투자 유치에 꼭 필요한 법부터 시작하였다. 회사법이 없는 북한에서 어떤 형태의 기업설립이 가능한지를 정하기 위해 합영법, 합작법, 외국인기업법을 제정하였고, 토지가 국유인 북한에서 외국인투자자가 토지를 사용하는 길을 열기 위해 토지임대법을 제정했다. 세금이 없는 나라인 북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얻은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 위해 외국인세금법을 제정했다.
이런 식으로 하나 둘 제정하기 시작한 법이 수십 개다. 게다가 외국인투자법령은 한 번 제정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수시로 개정되었다.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한 국가가 법을 제정하고 수시로 개정하는 것은 그 법을 실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건국초기부터 자본이 부족했던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발전을 하였지만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 형제국가들의 도움이 줄어들자 외국인투자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는 북한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고, 투자회수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이런 조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외국인투자법령을 정비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북한의 법제도 변화를 보면, 외국인투자법제는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하나의 완전한 체제를 갖추는 정도로 크게 변화하였다. 핵문제로 인한 경제제재로 인해 아직까지도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북한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는 의사를 가진 것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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