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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북한 개혁과 베트남 모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7월 25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은 어떻게 변할까? 북한의 변화 가능성 중에 베트남 모델이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 이후 베트남식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길을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베트남은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지만 1995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에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번영을 이루었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북한과 베트남은 정치제도의 차이가 너무 커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베트남은 정권교체 원칙이 확립되었지만 북한은 장기세습체제라 두 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베트남 모델은 무엇일까? 여기서는 정치체제와 별개로 부동산제도 측면에서 두 나라를 비교해 본다. 베트남은 1975년 통일 후 사회주의적 토지소유 제도를 채택하면서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일 초기 베트남은 경제침체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 모이’ 를 추진하였는데 그때 추진한 정책 중의 하나가 1987년 토지법 제정이다. 이 법에서 토지소유권과 별개의 토지사용권을 인정하고 토지를 개인에게 배분하였다. 이 개혁으로 식량생산이 급증하였다. 1993년에 두 번째 토지법이 제정되었고, 이때부터 국가가 토지의 가격을 산정하기 시작하였다. 토지사용료, 임대료, 세금, 보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토지의 가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3년에도 새로운 토지법을 제정했는데, 토지사용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토지운영 제도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정비했다. 이때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으로 이원화된 가격을 하나로 하여 토지가격유일제 원칙을 채택하였다. 2013년에 다시 토지법은 전면 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베트남 토지법의 변천과정을 보면서, 현재의 북한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북한에서 토지는 국유 또는 협동단체 소유이고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2009년 제정된 부동산관리법에서 개인이 허가를 받아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고 부동산 가격에 대한 규정도 두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도 토지의 소유는 여전히 국유이지만 개인이나 기업소유도 허가를 받아 토지를 이용하는 길이 열렸다. 부동산관리법이 제정된 후 10년이 지났다. 북한에서 부동산사용료가 부과된다는 것은 알지만 부동산 가격을 누가 어떻게 책정하는지, 허가받은 토지의 사용권은 어느 정도로 보호받는지, 부동산 허가나 사용료에 대해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북한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할수록 북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단지 자료의 부족만이 아니다. 관심과 노력도 부족했다.
베트남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재의 북한 토지제도는 1993년 베트남 토지법 수준이다.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한 후 국제금융기구나 선진국의 공적개발자금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북한은 미국과 국교수립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과 베트남 사이에는 토지법 상으로 약 25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 간격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방안은 없을까?
나라별 토지제도는 서로 다르다. 역사적인 경험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그렇지만 개혁 개방의 측면에서 토지제도가 변해가는 방향은 비슷하다. 베트남 사례를 볼 때 토지사용권의 안정적 보장, 사용기간의 장기화, 부동산 가격책정의 합리화가 그 방향이다. 부동산제도의 변화과정에서 북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토지사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베트남이 걸어간 길을 북한도 걸어갈 것이다. 가야할 길은 보이는데 속도가 문제다. 얼마나 빨리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할 역할은 무엇일까?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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