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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한 번역을 자신이 부정하는 자가당착의 장면들최영성 교수의 <상동문> 해석 비판, 또 하나의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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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1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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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성 교수는 황수영 박사의 <상동문> 번역을 대놓고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상동문> 연구가 장차 “석굴암 연구에 일조가 되고, 논쟁을 해결하는 데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최 교수의 작업은 교감과 번역, 주석 등 모든 면에서 <상동문>의 원의를 배반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한 번역을 주석(註釋)에서 뒤집는 자가당착의 장면도 도처에서 목격된다.
다음 글은, 지난 연재 (3)회분에서 황수영의 번역으로 살펴본 바, 여말선초쯤 건립된 이전 전각이 퇴락한 전후 사정을 담은 대목을 최 교수가 옮긴 것이다.

①짧은 서까래와 긴 서까래가 드리워진 불전(佛殿:窟室)의 구조는 굉장하고 훌륭하지만… ②세월이 아주 오래된 지금에는 비바람에 씻기고 흔들리는 것을 어찌하랴. ③주옥같던 누전은 풀 더미 우북한 마당에 묻혔으며, ③학처럼 흰 도리와 무지개 같이 둥근 들보에는 여우나 승냥이의 발자욱이 어지럽다.(①短桷長椽 殿構宏傑…②今玆歳月之滋久 其奈風雨之漂撓 ③珠樓玉殿埋沒榛莽之場 ④鶴架虹杠狼籍狐兎之跡)

전체적으로 황수영의 역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대목을 두고 석조건물을 떠올리는 이는 세상천지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주석(註釋)을 달면서 정반대로 설명한다. “짧은 서까래와 긴 서까래(短桷長椽)”는 물론이고, “주루옥전(珠樓玉殿)”조차 석구조물이라고 단언하는가 하면, “목재가 부식되었다는 내용이 없다.”는 공연한 트집까지 곁들인다.
이야말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식의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우선 ①번 문장의 서까래들이 석구조물이라는 주장은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 또한 그 서까래들이 드리워진 “불전(佛殿)”을 굳이 돌로 지었다는 의미의 “굴실(窟室)”이라는 풀이(밑줄 친 부분)도 명백한 곡해이다. 여기에다 ②번 문장의 “비바람에 씻기고 흔들”린다는 구절이 목재 부식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면, 다른 무슨 뜻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위 대목을 살펴본다.
먼저 ②번 문장은 이전 전각이 허물어진 원인을 전한다. 지진이나 화재 등이 아니라 오랜 세월 반복된 토함산의 악천후가 전각 퇴락의 주범인 셈이다. 이어지는 ③, ④의 두 문장은 그로 인한 피폐상에 대한 묘사이다. 그중 ③번은 초목에 뒤덮인 전실 공간의 실태를, ④번은 승냥이(狼), 여우(狐), 토끼(兎) 같은 산짐승의 소굴로 변한 주실 공간의 참경을 각각 담고 있다.
이러한 풀이는 두 문장의 형식에서도 확인이 된다. 곧, 각각의 주어인 “주루옥전(珠樓玉殿)”과 “학가홍강(鶴架虹杠)”이 서로 맞대응하고, 서술부 역시 똑같은 여섯 자로 부절처럼 겹쳐진다. 이렇듯 두 문장이 형식까지 대칭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주루옥전”과 “학가홍강”이 상대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동문>의 찬자 손영기는 전실과 주실을 명확히 구분해 기술한 것이다.(참고로, “학가홍강”은 주실 입구의 쌍석주와 홍예석을 가리키는 말로, 주실 전체를 나타내는 일종의 대유(代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려문(騈儷文)의 권위자를 자처한 최 교수는 <상동문>의 이러한 기본적인 특성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개방구조설’에 편승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독해력의 부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확인했듯이, 최 교수는 모든 걸 ‘개방구조설’에 두드려 맞추기 위해 자기부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석굴암 연구에 막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논쟁을 해결하기는커녕 에너지만 소모케 한 것이다. 사족을 붙이면, 전실이든 주실이든 쑥대밭으로 변하고 밤마다 짐승들 잠자리가 되었다면, 그것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전각 건립 외에 다른 어떤 수단이 있는지 궁금하다.
거듭 말하거니와, 19세기 말 시점에 석굴암의 수난은 이전 전각의 퇴락에서 기인했으며, 그것을 막고자 조순상 등이 전각 재건에 나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상동문>이 전하는 단 하나의 진실이며, 황수영 박사의 번역은 거기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 소장

이 특별기고문은 2017. 3. 24일자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 대서특필된 한국전통문화학교 최영성 교수의 논문 〈석굴암석굴중수상동문(重修上棟文) 연구〉에 대해 ‘<상동문>의 내용과 취지를 통째로 변질시켰다’고 석굴암미학연구소 성낙주 소장이 주장해, 본지와 성 소장의 협의 하에 연재하는, ‘논문을 비판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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