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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 감동의 씨앗 하나씩...
최병섭 수필가  |  webmaster@srb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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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16: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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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도 참 많은기라!.//  역사적 식견/ 예술적 감각/ 종교적 관점/ 풍수지리학적 시각까지...//  오늘도 열심인데,//  천 년 돌부처/  빙긋이 웃고 있다.//  남산 소나무와 한 몸 되어...』
필자의 수필집 『소 찾아 걷는 산길』 간지(簡紙)에 적은 ‘남산 해설사’라는 시답잖은 시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를 안내하던 어느 해설사의 이야기를 경주 남산에 끌어와 쓴 시다.
15년 전 울주군 반구대를 찾았을 때, 해설사가 한 무리의 탐방객들에게 해설을 하고 있었다. 뒷전에 서서 그의 설명을 듣고 암각화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6개월 후에 다시 그곳에서 만난 그 해설사의 투박하고 어눌했던 말투는 세련되어 있었고, 산만했던 내용 설명도 상당히 체계가 잡혀 있었다. 심지어 국내·외 관련 학자들의 연구논문 내용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런데 말미에 사견(私見)을 전제로 장황한 설명을 이어갈 때는 진도가 너무 나간다 싶더니, 급기야 ‘이 암각화는 경주의 문화재를 다 합한 것보다 그 가치가 높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탐방객이 떠난 후, 필자는 그분에게 민망스런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유적의 가치를 상대 비교·평가·기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시건방진 일일까.
팔월 염천에 더위 먹은 사람의 헛소리 같은 이야기 하나 더 하자.
『여기 이 아궁이(석빙고)에 장작을 쌓고 불을 지피면, 저 굴뚝(첨성대)에서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한참 있으면 동쪽 저 가마솥(안압지)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을 때......』 관광안내원이 반월성 석빙고 지붕에 올라가 유창한 입담으로 읊으면 관광객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며 감탄을 했다고 한다. 경주가 온갖 전설과 상상의 신비에 덮여 있던 시절, 어른들 어깨너머로 들은 ‘믿거나 말거나’한 이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지금은 경주 전역에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꺼리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실속은 그 시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단체견학 중심에서 가족 단위, 친구, 연인, 나 홀로 여행객들로 바뀌고 취향도 역사 유적 중심에서 다양하게 바뀌어 가는 추세에 있어 지자치가 그 추세에 맞춘 꺼리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외 홍보를 통한 관광객 유치 성과에는 미흡한 듯하다.
해설사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6·70년대 학생 수학여행이나 일반 단체여행객의 안내는 주로 인솔 선생님들이 맡아 하다가, 업자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여행사 측에서는 운전기사나 버스 안내양이, 숙박업소에서는 지역에 눈 밝은 사람을 고용하여 길잡이 역할과 간략한 안내 정도 하는 수준이었다. 그 후, 자격 갖춘 많은 분들이 깃발과 핸드-마이크 들고 대소 그룹의 관광객들을 이끌며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그들은 물론 직업 전문 해설사가 대부분이지만, 경주의 해설사들은 시작부터 마음가짐이 다른 지역 해설사와 차별된다. 그 뿌리가 하나 같이 멀고도 깊기 때문이다
‘경주(어린이)박물관 학교’, ‘신라문화동인회’, ‘경주불교학생회동문회’ 등의 졸업생과 회원들은 60여 년 이상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 보존, 전승하며 강한 자긍심으로 그 맥을 잇고 있고, ‘경주 문화원’은 이를 어우르는 구심 역할을 하여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최근년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사)신라문화원은, (사)경주남산연구소들이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정신은, 오늘 한 명의 방문객이 1년, 10년, 30년 후에는 10명, 100명, 1000명을 손잡고 다시 경주를 찾을 거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남산에서 멀리서 온 한 무리의 남산유적 탐방 팀을 만났다. 팔월 염천에 부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정상에 오른 아들들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때 인솔한 해설사가 배낭 속, 냉장 가방 안에 아이스 팩으로 감싼 얼음과자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때부터 그 아이들의 눈에는 남산도, 돌부처도 제대로 보였고, 해설사의 칭찬과 격려도 가슴으로 들렸을 테다. 사전 많은 생각으로 꼼꼼하게 준비한 그 해설사의 마음은 수 백 마디 해설보다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울림으로 남으리라. 
또 하나, 며칠 전 보문호수 야외공연장에서 외국인 지휘자가 마지막 곡 연주 중, 앞자리에서 감상에 몰입해 있던 어린이 5명을 한 명 씩 손잡아 지휘자 단상에 올려 세우고 아이들 손을 잡고 지휘를 하자 관객의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졸지에 끌려나와 멀뚱한 녀석, 얼떨떨한 놈, 껑뚱대며 몸을 흔드는 아이, 미동도 없이 연주자 누나를 골똘히 쳐다보는 4살짜리 꼬맹이... 음악에 대한 아이들의 접근,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의 20년, 30년 후에 어떤 모습의 젊은이가 되어있겠으며, 그들의 가슴에 경주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경주 문화(재) 해설사는 단순한 해설사가 아니라 경주를 알리는 최전방 홍보 대사다. 무더운 휴가철, 경주의 역사 유적지, 문화·예술 공간,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감동의 씨앗 하나 씩 심어주자.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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