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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연재중 > 최경춘 교수의 \'쉽게 풀어 보는 천자\'

[396] 거닐 소 逍 멀 요 遙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7월 18일
↑↑ 최경춘
서예가·문학박사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
choisukcho@dongguk.ac.kr
ⓒ 서라벌신문
‘거닐 소 逍’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쉬엄쉬엄 갈 착 辶’자와 소리부인 ‘닮을 초 肖’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쉬엄쉬엄 갈 착 辶’자는 갑골문에서 사거리(行)에 놓인 발(止)로 ‘길 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금문에서 좌우 동형인 ‘갈 행 行’자의 한쪽 부분이 줄어 ‘조금 걸을 척 彳’자로 변했고, 소전체에서 아래위의 간격이 줄어 지금의 ‘辵’자가 되었다. 이후 다른 글자들과 결합할 때는 ‘辶’자로 쓴다. 그래서 ‘쉬엄쉬엄 갈 착 辶·辵’자로 구성된 글자들은 ‘걷는 동작’을 나타낸다.
이러한 ‘쉬엄쉬엄 갈 착 辶’자로 조자 된 한자들을 살펴보면, 멧돼지(豕) 등 짐승을 뒤쫓아 가는 장면을 그린 ‘쫓을 축 逐’자, 군사(師)를 추격함을 나타내는 ‘쫓을 추 追’자, 앞으로만 나아가는 새(隹)의 걸음을 말하는 ‘나아갈 진 進’자, 잘 달아나는 토끼(兎·免)에서 사냥감을 놓쳐 ‘잃어버리다’를 의미하게 된 ‘달아나다·잃을 일 逸’자, 큰 길(行)에서 수레(車)들이 가는(辶) 모습에서 수레들이 맞닿아 있음을 형상화한 ‘잇닿을 련 連’자, 두 손(廾)으로 불(火)을 든 모습에 ‘쉬엄쉬엄 갈 착 辶’자가 더해져 밤에 횃불을 밝히며 사람을 보내는 모습을 그린 ‘보낼 송 送’자 등이 있다.
이외에도 사람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거꾸로 선 사람(屰)이 밖에서 들어 옴을 그린 ‘거스를 역 逆’자, 가던 길을 되돌아옴(反·回)을 말하는 ‘돌아올 반 返’자·‘돌아올 회 廻’자, ‘길’의 의미를 가지는 ‘통달할 달 達’자, ‘통할 통 通’자, ‘좁은 길 경 逕’자, ‘말할 술 述’자 등이 있다. ‘닮을 초 肖’자는 잘게(小) 썰어 놓은 고깃덩어리(肉)를 말했다. 고기를 잘게 썰어 놓으면 고기의 종류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해 보이며 구분이 힘들어진다.
이로부터 ‘닮을 초 肖’자에는 ‘작다’는 뜻 이외에도 ‘닮다’는 뜻이 나오게 되었다. 보통 불초(不肖)라고 하면 자식이 부모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인데, ‘선조만큼 훌륭하게 닮지(肖) 못한(不) 못난이’라는 뜻이다. 이로부터 ‘닮을 초 肖’자에는 다시 어리석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생겼다.
ⓒ 서라벌신문
‘거닐 소 逍’자는 의미부인 ‘쉬엄쉬엄 갈 착 辶·辵’자의 ‘걷는 동작’을 나타낸 글자이다. 즉 ‘거닐다’는 뜻인데, 큰 걸음이 아닌 작은(肖) 걸음으로 자유롭게 천천히 거닐며(辶)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멀 요 遙’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쉬엄쉬엄 갈 착 辶’자와 소리부인 ‘질그릇 요 䍃’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질그릇 요 䍃’자는 항아리 즉 아가리가 작고 배가 부른 질그릇을 의미한다. 이후에 그 의미가 확대되어 ‘질그릇 굽는 가마’로 표현하기도 한다.
‘멀 요 遙’자는 ‘거닐 소 逍’자와 마찬가지로 의미부인 ‘쉬엄쉬엄 갈 착 辶·辵’자의 ‘걷는 동작’을 나타낸 글자이다. 여기에 소리부인 ‘질그릇 요 䍃’자가 더해져 질그릇을 만들 때 혼잣말로 노랫가락을 읊조리듯(䍃) 한가롭게 거니는 것을 말했고, 이로부터 ‘소요(逍遙)하다’는 뜻이 다시 ‘멀리’라는 뜻까지 나왔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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