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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과 염포왜관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11월 14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연구가
ⓒ 서라벌신문
15세기 매월당이 방문했던 한적한 울산 염포왜관은 21세기에 다다른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인 현대자동차의 수출부두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의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 초기 삼포왜관 중 울산 염포가 개방되고 왜인들의 거류지(Japan Town)가 설치된 것은 1426년(세종 8년) 1월이다. 《세종실록》 권 31, 세종 8년 1월 <계축조>에 의하면 ‘도주(대마도주)의 애걸로 염포까지 개항하니…’라고 기록되어 있고, 신숙주의 《해동제국기》에 의하면 ‘염포는 울산으로부터 30리 떨어져 있고 항거왜 36, 남녀노소 131, 사사.1…(恒居倭三十六 男女老少年一白三十一寺社一)’이라 기록되어 있다. 또한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에 의하면 염포는 높이 10척의 돌담 둘래 1천 39척으로 둘러싸여 항거왜(恒居倭)의 가옥외 우물이 3곳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을 통해 15세기 한·일 관계사에 있어서 왜관은 조선왕국 영토 안에 설치된 일본 무로마치시대 외교사절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기능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매월당이 만난 ‘월종준초와 암지범고’ 일행도 이곳 염포왜관에 도착하여 묵은 것이 인연의 시발점이 되었다. 중세 일본 사료인 《음양헌일록(蔭凉軒日錄)》에 의하면 이들은 무로마치 막부의 제 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正)의 외교 사절로 판명되었다.ⁱ⁾
1463년 이른 봄 교토 덴류지(天龍寺)를 출발한 월종준초 일행은 현해탄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 6월 말에 이곳 염포에 도착했다. 조선 정부는 ‘일본국왕사’가 염포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외교규정에 따라 선위사(宣慰使, 외국 사신이 입국했을 때 그 노고를 위문하기 위해 파견한 관리)를 염포로 파견했다. 당시 염포에서 한양으로 상경로는 첫째 육로‘염포-영천-죽령-충주-광주-한양(소요 기간 15일)’, 둘째 수로 ‘경주-단양-충주-광주-한양(소요 기간 15일)’이었다. 상경 도중에 이들에게 경상도 세 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는데 한 곳은 관찰사, 두 곳은 수령들이 주최했다. 조선 왕조의 국가 공식 기록인 《세조실록》 세조 9년 신축조(辛丑 7월 14일)에 의하면 ‘일본국왕사’인 준초서당과 범고수좌의 조선 입국에 관한 기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리얼하게 묘사된 기록사진

《성종실록》 5년 정월 경술조에 의하면 염포왜관에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신숙주는 현지보고를 받아 다음과 같이 왜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무릇 왜인들의 집 모양이 흙집 같은데 흙을 바르고 이엉을 덮었으므로 비록 불은 났지만 재산은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땅은 좁은데 사람은 많고 그 집들이 연달아 줄지어 있어서 연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신숙주의 기록은 매월당이 염포왜관의 모습을 보고 남긴 시 <섬 오랑캐의 거처>와 일치하고 있다. 이는 신숙주가 조선 왕국의 대일 외교 총괄자의 입장에서 보았다면, 매월당은 재야의 민중 관점에서 그대로를 묘사한 것이다. 당대 최고의 문인 두 사람이 남긴 염포왜관에 관한 짧은 기록이지만 역사 서술의 공통점은 실사구시였다. 한시에 있어서 시의 분류상 감정을 고양시킨 서정시(敍情詩) 서정과 서사(敍事)를 포용하는 서경시(敍景詩)가 있다. 매월당의 도이거(島夷居)란 시는 서정적 감정을 극도로 절제한 실사구시로 표현된 서경시다. 마치 한 시대, 한 장소, 한 장면을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같은 리얼리즘적 묘사이기에 역사적 가치를 더욱 지닌다. 염포 왜관은 1510년(중종 5년) 삼포왜란으로 폐쇄되었다. 다음은 매월당이 남긴 염포왜관을 리얼하게 묘사한 시다.

-섬 오랑캐의 거처 (太和樓·도이거)-
바닷가에 사는 잇속 빠른 어부들(濱海爲生利·빈해위생리)/ 오막살이 수십 채 옹기종기 모여있고(茅茨數十家·모자수십가)/ 왜인들의 성미는 급하고 고깃배는 작네(性躁漁艇小·성조어정소)/ 고향은 저 멀리 푸른 하늘에 가 있고(鄕遠靑天際·향원청천제)/ 몸은 푸른 물가에 붙어먹고 사네(身棲碧水涯·신서벽수애)/ 우리 임금 넓으신 품속으로 귀화했으니(來投王化裏·래투왕화외외)/ 주상께서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시네(主上正矜嘉·주상정긍가)
-------------------------
1) 최정간 『한차문명의 동전』
↑↑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현대자동차의 수출 부두가 된 오늘의 염포왜관(사진출처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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