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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계곡 마애석불좌상을 뵙고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20일
↑↑ 현암 최 정 간
매월다암원장, 차문화 연구가
ⓒ 서라벌신문
조선 시대 매월당 이후 신라고도 경주의 역사성과 지리적 가치를 누구보다 찬미한 인물은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다. 그는 조선 왕조가 저물어갈 무렵 경주에서 태어나 당시 조선사회가 처한 온갖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구도행객과 득도 끝에 1860년 동학을 창시했다. 이어 고도 경주가 주는 강한 민족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순수 한글 가사체인 ‘용담가를 통해 동학의 핵심 정신인 시천주(侍天主) 정신의 씨앗을 민중들의 가슴 속에 뿌렸다. 다음은 용담가의 첫 구절이다.
“국호는 조선이요 읍호는 경주로다. 성호는 월성이요 수명은 문수로다. 기자 때 왕도로서 일천 년 아닐런가. 동도는 고국이요 한양은 신부로다. 아동방 생긴 후에 이런 왕도 또 있는가. 수세도 좋거니와 산기도 좋을시고, 금오는 남산이요 구미는 서산이라. 봉황대 높은 봉은 봉거대봉 하여있고, 첨성대 높은 탑은 월성을 지켜있고, 청옥적 황옥적은 자웅을 지켜있고, 일천 년 신라국은 소리를 지켜내네. 어화세상 사람들아 이런 승지 구경하소.”

한국 사상사의 고향 경주

동학사상은 경주에서 탄생하여 그 꽃은 호남에서 피었다. 수운의 사상적 토양은 경주다. 사상적 원류엔 우리 민족의 고유한 경천(敬天)사상 즉, 고운이 말한 현묘지도(玄妙之道)와 의상과 원효에 의해 주창된 신라 대승불교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수운의 부친 근암 최옥(近菴 崔鋈)은 영남 일대 이름난 학자였던 동시에 장서가였다. 아버지가 물려준 용담서사(龍潭書社)에서 수운은 제자백가를 비롯한 만권시서를 읽으면서 동학사상의 체계를 마련했다. 이곳 서가에서는 신라시대 의상, 원효가 남긴 저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책들이 수운의 눈과 정신을 깨우치게 만들었다. 또한 「매월당집」도 당연히 마음 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이밖에 경주 출신으로 고려의 대문호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 1287-1367)을 비롯해 조선시대 성리학의 거봉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의 사상도 저서들을 통해 전해졌다.
이처럼 수운의 동학사상은 하루아침에 탄생된 것이 아니라 고도 경주가 주는 오래된 사상적 토양에서 배양되었다. 수운에 의해 창도된 동학은 불세출의 실천가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1827-1898)에 의해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사상으로 다시 불꽃을 피우게 되었다. 따라서 고대로부터 경주인들의 사유방법과 사유 전개 능력은 독창적이었고, 한국 정신문화사에서 그 황금시대를 열어갔던 것이다.

가람(伽藍)의 불교에서 마음의 불교로

경주 시내에는 황룡사, 흥륜사, 영묘사, 삼랑사 등 화려했던 신라 천년 가람들이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주춧돌만 남아있다. 혹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 필자는 가람불교란 과연 무엇이고 마음의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매월당이 참배했던 사나대불을 찾아 서남산 삼릉계곡을 올랐다. 화려한 가람은 참배객들에게 무한한 아름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는 가람의 신앙이 아닌 마음의 신앙이다. 가람은 유한하고 마음은 무한하다. 매월당 역시 가람보다는 마음을 중시한 듯 보인다. 차 한 잔을 통해 우주와 인간과의 일체를 이루며 마음 속에서 화엄불국토를 찾았다. 매월당이 참배한 사내대불은 그의 시를 분석해본 결과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이었다. 높이가 8.8m로 거대한 암벽에 입체적으로 조각된 통일신라 후기의 석불좌상이다.
↑↑ 매월당이 참배한 사나대불은 바로 거대한 삼릉계곡 마애석불좌상이었다.
ⓒ 서라벌신문

-사나대상을 뵙고(謁舍那大像·알사나대상)
“누가 푸른 벼랑 깎아 위인을 새겼는지(誰斲蒼崖勒偉人·수착창애륵위인)/ 규모도 늠름하게 전신을 드러냈네(規模屓露全身·규모희로전신)/ 노을 웃옷 안개 복장 도무지 관계없이(霞依霧服渾無管·하의무복혼무관)/ 세상 흥망 겪으며 몇 번이나 봄이 지났는가(閱世興亡經幾春·열세흥망경기춘)”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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