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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다큐멘터리사진의 진수-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3월 26일
↑↑ 김 종 욱
사진가
ⓒ 서라벌신문
열일곱 살에 일본 미쓰이(三井) 탄광으로 강제 동원되어 혹독한 노동과 생사의 고비를 넘어 스물한 살에 한국 고향마을에 돌아온 아버지!!
부모형제, 동네 사람들이 아버지(필자의 아버지 김상진), <사진1> 주위에 모두 모여들었다. 강제징용으로 일본에서 갖은 노동을 견뎌내고 살아서 돌아온 아버지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말을 건네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이웃 동네에서도 징용 간 남편과 아들 소식을 듣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일본, 어느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은 애간장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답답해하던 와중에 아버지가 일본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행여나 아들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통곡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역사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반복된다 했던가!
아버지는 고민 끝에 결심한다. 선생을 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교육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선생이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도움 받을 선생님을 만나서 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반딧불의 밝은 빛을 이용하고 호롱불에 밤잠을 자지 않으면서 열심히 준비한 후, 안동사범학교에 갈 수 있었다. 사범학교에 다니는 것, 그것도 녹녹치 않았다. 탑리(금성)에서 안동(사범학교)까지 약50km 거리, 차비를 아끼기 위해서 책을 어깨에 걸머지고 탑리역에서 안동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려고 짐칸에 올라타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려고 기관차 굴뚝을 끌어안고 통학을 하면서 공부한 끝에 선생이 되었다. 선생이 된 후, 이곳저곳으로 전근 다니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일본에서 직접 체험했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한국인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이야기했다.
↑↑ 아버지(金商振1923~2017), 김종욱, 1956년
ⓒ 서라벌신문
아버지가 작심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려면 배워야 해!! 한국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항상 당하고 살아왔어. 한마디로 무식해서 그랬던 거지. 무식하면 배워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면 어떡하나. 그러면 또 당하면서 살아야지 별 수 있겠어. 일본 탄광에서 보니까 한국인들은 자기이름 석자 쓸 줄 모르는데 일본인들은 기본교육이 되어있었고 책임감이 강하고, 행동이 바르고, 예절도 바르고, 우리들(한국인 징용자)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는데 부끄러웠을 정도였지.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한국인을 감독관으로 지목하고 완장까지 채워주면, 일본인들이 시키는 대로 충성을 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고 그랬지 모르고 그랬을까!! 웃기는 이야기다. 동족을 구타하거나 고문까지 일삼으면서 일을 하도록 종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자기(한국인 감독관)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비참하지만 우리들이 잘못한 부분은 알아야만 고칠 수 있는 거지. 누굴 원망해. 모든 원인은 내 안에 있어. 나를 바꾸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 나(아버지)는 일본에서 작심을 했어 평생 한국인들의 사고를 바꾸는데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이야.”
아버지는 선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서 늦은 나이에 결혼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는 10년 차. “욕심 부리지 마라.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은 하지마라. 항상 배우면서 살아라. 비굴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게을리 하지마라.”라고 당부하던 아버지. 아버지는 매달 선생월급이 나오면 형님(아버지의 형님)찾아가 조카들 교육비로 월급봉투째 조건 없이 건네고 온다. 어머니는 이러한 아버지의 행동에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아버지 몰래 그냥 울기만 했다. 필자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각설하고 아버지와 아들(필자)의 만남은 필자의 다큐멘터리 작업의 완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것은 강제징용으로부터 얻은 철학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는 것. “일본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 오기가 서린 아버지의 발언은 당시의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
겪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까 꾸민 작품에는 예술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진과 영상은 매체의 특성을 보더라도 믿음과 진실이 동반된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작업이 예술작품이 되려면 작가의 역사관과 함께 휴머니즘이 스며 있어야 한다.
필자의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가 아들이 기록한 ‘재한 일본인 처’<사진2>의 다큐멘터리작업에 중심적 축으로 작용했다는 점에 자긍심을 갖는다. 다큐멘터리의 진수는 바로 시간과 역사, 사실, 그리고 작가의 철학이 모여 완성되는 것을 말한다.
↑↑ 米本時江(요네모토도키에) 편지, 김종욱, 2012년
ⓒ 서라벌신문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20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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