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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재탐방[34] 황룡사지 발굴조사 Ⅴ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5월 30일
↑↑ 남 시 진
계림문화재연구원장,
문학박사
ⓒ 서라벌신문
발굴조사는 겨울철에는 땅이 얼기 때문에 현장조사는 하지 않는다. 1979년 1월 4일에는 박정희대통령이 사전 예고도 없이 현장을 시찰하였다. 현장직원의 안내로 목탑지 서편에 쌓아둔 흙무더기 위에 올라가서 현장을 살펴보시고 올해는 작업을 언제부터 하느냐고 묻는 바람에 안내직원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서 1월 10일 부터 할 것이라고 대답하여 그해는 추위가 가시기 전부터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처음 3개년 계획으로 시작한 황룡사지 발굴조사는 두 차례의 수정을 거쳐서 8년만인 1983년에서야 완료했다.
발굴조사 결과 동서남북 각 면의 담장은 자연석 토석담장으로 한 면의 길이는 약 300m이고, 담장 내부면적은 9만여㎡(2만7000평)이며, 회랑내곽 면적은 2만9000여㎡(8800평)으로 불국사 대웅전 회랑 내곽의 8배 크기이다.
황룡사지의 가람배치는 1탑 병렬 3금당가람배치이며, 목탑 앞에는 종루와 경루가 있고, 회랑은 복랑(複廊)이며, 남회랑은 ‘ㄱ’자로 꺾여서 동서회랑과 접하지 않고 ‘T’자로 접해서 동서로 더 뻗어나간다. 이와 같은 회랑은 다른 절터에서는 아직까지는 볼 수없는 것으로 황룡사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회랑모양이다.
당시에는 발굴조사 업무가 측량 및 실측, 유구조사, 사진촬영, 유물수습 및 정리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측량과 실측은 이공계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이 실업계고등학교 출신들이었다. 유구조사와 사진촬영, 유물수습 및 정리는 주로 고고학 출신들이 담당했다. 발굴조사에 있어서 유구실측이든 유물실측이든 실측작업은 발굴조사가 끝나야 시작된다. 유물 또한 마찬가지로 세척과 사진 촬영이 끝나야 실측을 할 수 있다.
1년 내내 발굴조사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12월까지 야외에서 유구실측을 하게 되는데, 쌀쌀한 늦가을 날씨 오후쯤 되면 하루 종일 들여다본 적심석과 방안지 눈금이 아물아물 해 지면서 배도 출출해지고 소주생각도 난다. 이때 쯤 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추위를 피해서 조사갱 속으로 한사람 두 사람씩 모여 들어서 깡소주 술판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4홉들이 소주 한 병으로 시작한다.
그 당시에는 다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어서 안주는 라면땅 몇 봉지가 고작이다. 술이라는 것이 먹다 보면 계획대로 안되는 것이 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동료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가게로 향해서 내달린다. 4홉들이 한 병을 더 싸온다. 이렇게 두 세 차례 반복하다보면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할 때쯤에는 4홉들이가 아닌 댓병(1.8ℓ)소주다. 4∼5명이 모여 앉아서 시작된 술판은 댓병 2∼3병을 비우고서야 일어선다.
지나다 보니 그때 실측하던 동료들이 애용했던 분황사 서편에 소주를 외상으로도 잘 주던 작은 구멍가게는 지금도 있다. 당시 20대 초중반의 동료들도 지금은 모두 60세가 넘어서 대부분 현직에서 물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그때 함께 고생했던 그리운 얼굴들이 그리워진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9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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