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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훈 논설실장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4년 12월 30일

어느 한 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겠느냐 마는 올해만큼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해도 없을 것이다. 갑오년은 말띠 해인 데다가 더욱이 ‘청말띠’ 해였으니, 덩치 크고 힘 좋은 청마가 들고 뛰면 천지 진동하는 사고가 빈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쉴새 없이 터졌다.

올해 4월에 있은 세월호 참사는 영원히 잊지 못할 사고였다. 희생자도 많았고, 어처구니 없는 선원들의 행동은 내내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수백 명의 승객들을 남겨둔 채 자기들만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간부선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자신의 생명을 초개(草芥)같이 버리면서 학생들의 목숨을 살려낸 의인(義人)들도 있었다. 의사자들은 빛나는 이름을 영원히 남겼고, 탈출 선원들은 욕된 이름을 오래 남기게 됐다.

이 사고는 ‘사람의 본성’을 되씹어 보는 계기가 됐다. 사람의 본성은 악할 수도 있고 선할 수도 있으며, 사람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법가(法家)들의 이론도 맞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사람이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 남의 목숨을 살렸을까. 다 같은 선원이면서 간부들은 비겁했고, 한 신입 처녀 승무원은 구조에 자기의 명운을 걸었다. 의사자(義死者) 기념관과 동상을 여기저기 세워서 ‘국민인성교육장’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그들은 죽었어도 영원히 살아 있으며, 도망친 선원들은 사법처리를 당해 살았어도 죽은 목숨이나 같게 되었다.

이 사고는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이런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학생 유가족’과 야당이 결합해서 정치적 반전을 꽤하는 바람에 ‘애도 분위기’가 망가졌다. 전국 각지에 설치되었던 분향소가 그때부터 철거됐다. 몇 분향소는 불태워졌다. 그리고 야당은 선거에서 패배했고, 당대표가 옷을 벗었으며, 학생유가족 지도부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의 甲질이 ‘망조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 해의 끝자락 12월에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 그리고 해커들에 의한 원전공격이다. 두 가지가 다 ‘전쟁’같이 어려운 사건이고, 사이버테러는 IT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숙명처럼 짊어지고 가야 할 족쇄이고, 이념갈등과 마찰은 분단국가가 운명처럼 떠 매고 갈 짐이다.

1945년 일본 천왕이 무조건 항복 방송을 하면서 우리는 만세를 불렀고 살판났다고 환호했지만, 생각 있는 일본인들은 “그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 예단했다. 그 때 막 일어나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던 공산주의 정치이념에 학생들이 빠져들고 있으니, 남과 북의 정치적 분단은 이미 예정된 일이고, 그 족쇄가 두고두고 한국을 괴롭힐 것이라는 예단이었다.

“역사는 나선형 식으로 발전한다”는 역사관도 있고, “역사는 정-반-합의 형식으로 발전한다”는 역사인식도 있고,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란 사관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역사는 비슷한 모습을 반복하면서 진행한다는 뜻이겠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좌익과 우익의 갈등 속에서 해방공간이 몹시 어지러웠고, 급기야 6.25를 불러왔다. 당시에는 조선노동당이 있었고 지금은 진보라는 이름 밑에 모여든 반체제 세력이 ‘합법적 정당’을 만들어 국가 지원을 받으면서 국회의원들을 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8대 1로 통진단을 해산했고 5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그들은 조금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주체사상을 유일무이한 영원한 진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재의 판단을 ‘민주주의 파괴’라 비난한다. 이것은 분단국가의 난제(難題)이고 숙명이다.

우리 원자력발전소의 기밀자료를 해킹해서 이를 조금씩 공개하면서,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자료를 돌려받고 싶으면 돈을 부담하라는 협박도 하고, 응하지 않으면 ‘파괴’를 공언하는 세력이 한 해를 마무기하는 시점에서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김정은 암살을 주제로 한 코미디영화 ‘인터뷰’ 상영을 막으려는 북한 사이버테러범들의 협박 덕분에 미국에서 이 영화가 대박을 터트렸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원전 자료 공개가 있었다. 북한은 중국 서버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번 테러범들이 집중적으로 접속한 곳이 중국 선양임이 드러나 북한 소행에 무게를 더하게 되었다. 선양은 북한과 가까운 라오닝성에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한다. “21세기는 총칼 전쟁이 아니라 사이버전쟁”이라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분단국가에서는 더 그러하다. 정부 부처들이 힘을 모으고, 국민 모두가 ‘전사’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이다.  

- 마지막회

서동훈 논설실장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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