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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최영성 교수의 <상동문> 해석 비판, 또 하나의 역사 왜곡

아무리 좋은 사료가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편집부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2월 22일
↑↑ 성 낙 주
석굴암미학연구소 소장
ⓒ 서라벌신문
사료라는 것은 존재만으로 의의를 갖기도 하고,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 가치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사료가 학계에서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학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내용을 침소봉대하거나 원의와는 판이한 해석을 가하고, 혹은 그 존재를 은폐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다 알 듯이 지난 반세기 동안 소위 원형론자들은 1960년대 석굴암 중수공사를 개악(改惡)으로 규정하면서 당시 공사주체들을 공격했다. 그중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된 건 전실 전각 문제였다. 신라인은 원래 전실을 개방구조로 지었는데 근거도 없이 전각을 덮어 밀폐구조로 바꿔놓는 바람에 보존상의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남천우, 강우방, 유홍준, 윤장섭, 윤재신, 배진달(배재호), 이성규, 김익수 등 제씨가 그들인데, 지붕을 덮어 그 건물이 망가졌다는 세계건축사에 유례가 없는 희한한 논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기피하는 자료가 있었다. 다름 아닌 <토함산석굴중수상동문>이다. 500년 전쯤에 건립된 이전 전각이 무너지자 1891년 울산병사 조순상의 주도로 재건하게 되는 전후 사정이 세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 <상동문>에 대해 남천우는 “전부가 석구조에 관한 설명뿐이며, 즉 목구조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으며”라고 단언하는가 하면, 유홍준은 “그 중수의 내용과 규모는 확실치 않고”라고 애써 얼버무렸다. 별 볼 일 없는 자료쯤으로 깎아내린 것인데, 물론 어느 논자도 <상동문> 전문을 소개하는 친절은 베풀지 않았다.
이렇듯 그들이 가급적 <상동문>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애를 쓴 이유는 자명하다. 개방구조설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음을 그들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최영성 교수의 용기는 가상할 정도이다. 남들 모두가 기피해온 <상동문>을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교수의 자부는 대단했다.
“필자는 상동문이 석굴의 원형 및 중수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문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목조전실의 근거 유무를 가리는 데 관건이 된다고 본다. 자료적 가치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분석에 앞서 원문을 교감하고 확정된 원문을 정확하게 역주할 것이다. 이 역주가 앞으로 석굴 연구에 일조가 되고, 논쟁을 해결하는 데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과는 달리 최 교수는 기존 원형론자들과는 정반대 방향에서 <상동문>에 회칠을 가했다. 자신이 교감과 역주를 해보니, 1891년 공사 이전에 전실 공간에 전각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상상의 결론을 내려놓고, 위기에 처한 석굴암을 구해낸 조순상에게 석굴암의 원형을 파괴했다는 혐의를 씌운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가 궁극적으로 겨냥한 것은 조순상이 아니다. 최 교수 논문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현재 있는 목조전실은 역대 고문헌 자료에 그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목조불사가 있었던 1891년의 중수상동문에도 그 근거가 없다. 석굴암이 목조 건축과 연관된 기점은 1891년이다.”
석굴암 전실에 목조건축물이 출현한 것은 1891년이 최초라는 선언이다. 따라서 1960년대 공사에서 <상동문>을 근거로 전각을 세운 것은 명백히 원형파괴라는 것이다.
지금껏 기존의 원형론자들은 <상동문>을 감추려고 할 만큼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그 누구보다도 대범했다.
최 교수는 석굴암 1300년 역사에서 가장 명료한 사료인 <상동문>을 학계의 주류세력들의 뜻에 맞게 ‘마사지’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반세기 동안이나 석굴암을 망친 원흉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고 황수영 박사의 무덤에 또 다시 침을 뱉은 것이다.
편집부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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