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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8월 30일
↑↑ 권 은 민
        변호사
ⓒ 서라벌신문
해마다 여름이면 대부분 직장인들처럼 나도 일주일 정도 여행을 떠나곤 했다. 최근에는 거의 외국으로 나갔다. 단체여행에 참가하기도 했고, 가족여행으로 아내와 둘이 혹은 애들까지 함께 가기도 했다. 모든 여행이 좋았다. 한편으로 힘들었고 경제적 부담도 있었지만 여행지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경험했고, 새로운 경험을 같이 하면서 여행 동반자들과 추억을 만들었다. 그 추억들은 한 권의 사진집이 되거나, 짧은 여행기가 되었다. 가끔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면서도 “나는 왜 여행을 가는가?” 자문한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었지만 그래도 한번 떠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런 부담을 안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약간의 기념품과 현지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여행기 정도가 남지만, 그런 정도는 인터넷을 통하거나 다른 사람의 체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직접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가상체험이 현실화되면 여행을 꼭 가야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편으론 여행이란 것이 그런 저런 이치를 따져 떠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낯선 곳에서 며칠 떠돌다보면, 내가 떠나온 일상도 그리 나쁜 곳은 아니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런 기분으로 다시 일상에 복귀하면, 몇 달 혹은 추석이나 가을 단풍놀이까지 견딜 수 있는 그런 계기나 휴식일지도 모른다.
내 나름의 여행이유는 이렇다. 낯선 곳에 가서 며칠 머물면서 현지 분위기를 체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다. 직접 몸으로 체득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사막지대 지평선을 보면서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두바이의 섭씨 40도를 넘어서는 한낮 열기를 느끼고, 만리장성 성벽 위를 한 시간 걷는 것은 단지 상상만으로 알 수 없는 체험이었다. 그런 체험을 하고 나면 내가 다녀온 그 나라 또는, 그 도시가 나의 인식범위에 들어온다. 그때부터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풍습이 훨씬 잘 이해되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서안에서 우르무치까지 여행하면서 하루는 서유기의 무대가 된 화염산을 지났다.
그때의 체험은 서유기를 다시 읽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 그곳에는 온갖 요괴가 나올 거야! 화염산 기슭에 세워진 삼장법사 일행의 조각상 앞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파초선 같이 강력한 보물이 있어야만 이 뜨거운 화염을 잠재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메마른 고비지역에선 절대자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그래서 삼장법사는 불경을 찾아 서역으로 갔을 거라고,그런 곳에 가기 위해서는 손오공 같은 제자가 필요했을 거라고, 그래서 서유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이란을 다녀온 후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가 만나는 이야기 바실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500년 전 페르시아의 서사시 ‘쿠쉬나메’에 신라 이야기가 나오듯이 지금 여기서 새로운 서사시를 다시 쓸 수도 있다. 쿠쉬나메의 시작은 페르시아 왕자의 긴 여행이었다면, 이 시대의 서사시는 내가 떠나는 미지로 향한 여행에서 시작된다.
매일 반복되던 일상을 며칠 떠나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행은 즐겁다. 낯선 곳에 가서 보면 이곳에서 보내던 내 일상이 낯설게 보인다.
여행, 그것은 나를 낯설게 보기 위해 떠나는 행위다.

※사외(社外) 기고는 서라벌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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