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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도 예쁜 경주


조병준 기자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06월 06일
   
 

중심상가 계림로 106번길은 으슥하고 후미진 골목이었다. 저녁 8시면 주변 상가는 문을 닫기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에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고, 골목 안 PC방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내부 CCTV 화면을 외부에 달아 놓았다. 주민들은 떠났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했다.

이곳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3년 전쯤 ‘돌담애’라는 한옥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오면서 부터다. 지난 5월 중순부터는 골목길 벽화 조성사업도 하고 있다. 담장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하얀 페인트를 칠했다. 바닥도 정비했다. 담장에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와 신라 문화재, 아름다운 풍경들로 채웠다. 앞으로 중심상가의 여러 골목을 합쳐 벽화 골목 투어 코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계림로 106번길 벽화 사업은 그 첫 단추다.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수백억원이 지역상가와 전통시장에 들어갔다. 경주 중심상가에만 50억 원 넘게 쓰였다. 이 예산 대부분이 간판과 가로등, 보도블록 교체, 주차장 조성 등에 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찾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변화는 정부나 시청 공무원이 아닌 주민과 상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예로 황리단길이 있다. 텅 비었던 동네에 젊은이들이 들어오면서 경주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장소로 탈바꿈했다. 황리단길에는 성공을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왔지만, 어떤 곳은 손님이 넘쳐나고, 어떤 곳은 한산하다. 그 차이는 뭘까.

건물 디자인은 물론, 음식, 위생, 테이블, 조명, 배경음악, 홍보 매체, 대응 태도, 개성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주인은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러한 세심함이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를 만들어 내고, 손님들은 그 차이를 예민하게 구별해낸다.

관습대로 간판을 맞추고, 가로등을 세우고, 보도블록을 교체한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경주 시내를 찾지 않을 것이다. 보도블록이 똑같은 보도블록이 아님을 알아차려야 한다. 골목길 벽화도 마찬가지다.

중심상가 골목길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많은 골목길이 개발논리에 따라 사라졌지만, 다행히 경주는 문화재보호법 덕분에 오래된 골목길이 많이 남아 있다. 지역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성동시장도 바로 길 건너에 있다. 반경 1km 안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영업 중이고,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에 머문다. 이들이 잠만 자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 장미가 있다. 누구나 장미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기 풀꽃이 있다.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경주도 그렇다. 경주는 장미가 주는 화려함이 아니라, 풀꽃이 주는 소박함, 편안함이 장점인 도시다. 그것을 살려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조병준 기자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7년 06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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