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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하게 빠져드는 옻칠의 매력 속으로

경주작가릴레이 네 번째 서지연 작가
김정희 기자 / papaerbug@naver.com입력 : 2018년 07월 11일
ⓒ 서라벌신문
지나치려다 되돌아와서 다시금 들여다보고, 시선이 그림 속으로 깊이 숙여지는가 싶은 찰나 무의식적으로 다가가는 손을 거둬야하는 그림들은 마법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듯하다.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과 볼수록 빠져드는 깊은 색감은 여느 회화와 달리 화려하고 오묘하다. 전시를 앞두고 아직 액자 표구도 하지 않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어둑어둑한 작업실에서 만난 작품들은 이미 단장을 끝마친 듯 검은 옻판 위에서 눈부시게 반짝인다.
“오늘처럼 26.3℃, 70% 습도에 가까운 날씨는 옻칠 작업하기에는 최상의 작업환경이죠. 바로 5천원짜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칠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손 놓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장마철, 한가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옻 물감 내음 가득한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엊그제 지나간 태풍전야의 비바람을 다시 맞이할 것처럼 다소 들뜬 듯 비장한 태세다.
눅눅하고 꿉꿉함으로 불쾌지수의 주범인 장마철 습기가 옻칠을 말리는 데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기에 작업에 탄력받는 날이란다. 이런 날씨에는 좀처럼 표현되지 않던 색감도 적절한 온도와 습기를 만나 원하는 ‘쨍한’ 컬러로 되살릴 수 있고, 얹어놓은 옻 물감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오묘한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건조에만 몇 달이 걸리는 옻칠이 가장 잘 마르는 이맘때면 1년치 옻판 작업을 한꺼번에 해두느라 더욱 분주해진다.
전공한 한국화를 비롯해 서양화, 20년간 그려온 민화 등 그림과 관련된 분야를 두루 접해온 서지연 작가<사진>가 옻칠의 매력에 빠진 것은 10년 전 인사동에서 우연히 일본에서 유학한 옻칠 장인의 작품을 만나면서부터다.
“자개가 한 땀도 안 틀리고 반듯하고 정확하게 놓여있는 데 그렇게 감동스러울 수가 없고 진짜 멋있었다”는 그때가 마침 서 작가가 민화 회화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민화적 소재에 회화의 창작을 가미한 작품을 살짝살짝 맛보고 있던 그때 접한 옻칠은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으로 빠져들게 했다.
나무에 옻칠을 해서 판을 만들어 말린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옻칠 회화는 여러 번의 정성어린 작업이 들어간다. 거기에다 그는 조개와 달걀 껍질 조각으로 한땀한땀 수놓듯 표현하는 나전 작업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공을 더한다. 민화라는 틀에서 보다 자유로운 회화의 창작, 또 자신의 붓질을 넘어서 절묘하게 만난 환경이 만들어내는 깊은 색과 매력적인 문양들이 기특하다는 서 작가에게 오랜 시간을 들여 반복되는 공정과 기법들은 더없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과정이다.
“오래둘수록 색이 발산되고 두고 볼수록 깊어지는 멋이 있는 옻칠은 산사에서 해충 방지용으로써, 면역도 높이고 독소배출도 되는 소재”라며 벽에 거는 그림뿐만 아니라 식탁이나 가구 등 생활공간 용도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을 거슬러 흐르는 무병장수와 부귀의 염원을 담은 거북, 사슴이 노니는 무릉도원, 입신출세의 의미를 담은 문방사우, 두루미와 공작, 석류 등 다산다복의 소망이 담긴 민화적 메시지들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간절한 기원, 치유와 화평을 전한다. 10일부터 만나는 서지연 작가의 옻칠 작품들은 8월 1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달에서 전시되며, 7월 25일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될 예정이다.
↑↑ 시간여행, 2017, 나무, 옻칠, 나전, 80×120cm
ⓒ 서라벌신문

김정희 기자 / papaerbug@naver.com입력 : 2018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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