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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연재중 > 최경춘 교수의 \'쉽게 풀어 보는 천자\'

[357] 구실 세 稅 익을 숙 熟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0일
↑↑    최 경 춘                        서예가·문학박사·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choisukcho@dongguk.ac.kr
ⓒ 서라벌신문
‘구실 세 稅’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벼 화 禾’자와 소리부인 ‘기쁠 태 兌’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벼 화 禾’자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양인데, 이를 주로 ‘벼’로 풀이하지만 벼가 남방에서 수입된 것임을 고려하면 갑골문을 사용하던 황하 강 중류의 중원 지역에서 그려낸 것은 야생 ‘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벼가 수입되면서 오랜 주식이었던 조를 대신해 모든 곡물의 대표로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벼’, ‘수확’과 관련되어 있으며, 곡물은 중요한 재산이자 세금으로 내는 물품이었기에 ‘세금(稅金) 등에 관련된 글자를 구성하기도 한다. ‘벼 화 禾’자와 관련되어 조자 된 글자들은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 ‘벼 화 禾’자가 벼와 관련된 것을 말하는 경우. 둘째 곡식 수확과 관련된 경우. 셋째 중요한 재산이나 세금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기쁠 태 兌’자는 사람(儿)의 벌린 입(口)에서 웃음이 퍼져나가는(八)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렸으며, 이로부터 ‘웃다’, ‘기쁘다’의 뜻이 나왔다. 이후 ‘기쁘다’는 심리 상태를 강화하기 위해 ‘마음 심 心’자를 더한 ‘기쁠 열 悅’자로 분화했다.
‘구실 세 稅’자는 곡물(禾)을 재배하고 내는 토지 경작세를 말했는데, 이후 세금(稅金)의 통칭이 되었다. 세금이란 기쁜 마음으로(兌)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을 반영했으며, 갖가지 구실을 동원해 각종 세금을 징수했기에 ‘구실’이라는 뜻까지 생겼다.
ⓒ 서라벌신문
‘익을 숙 熟’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불 화 火’자와 소리부인 ‘누구 숙 孰’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불 화 火’자는 넘실거리며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그렸으며, 불과 불에 의한 요리법, 강열한 열과 빛, 화성(火星), 재앙, 나아가 식사를 함께하는 군사 단위인 10명 등을 지칭한다. 이와 같이 ‘불 화 火’자로 구성된 글자는 크게 넷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타오르는 불(炎)에 물(水)을 끼얹으면 그 기세가 줄어든다는 것을 표현한 ‘묽을 담 淡’자처럼 불과 불꽃을 직접 말한 경우. 둘째, 고기(肉)를 불에 굽는 모습을 그린 ‘고기 구울 자 炙’자처럼 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표현한 경우. 셋째, 사람이 횃불을 든 모습을 그린 ‘더울 열 熱’자처럼 열과 빛을 말하는 경우. 넷째, ‘불 화 火’자가 새의 발 모양으로 표현된 ‘까마귀 오 烏’자처럼 네 점, 즉 ‘불 화 火’자의 의미와 관계없이 잘못 변한 경우이다. ‘누구 숙 孰’자는 제단(亯) 앞에서 제수를 받쳐 들고(丮)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그렸으며, ‘잡을 극 丮’자가 ‘알 환 丸’자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종묘(宗廟)에 제물(祭物)을 올릴 때 익힌 고기를 제물로 사용했던 때문인지 ‘누구 숙 孰’자는 처음에 ‘삶은 고기’라는 뜻으로 쓰였다. 금문에 들면서 ‘누구 숙 孰’자의 자형이 조금 복잡해지는데, 제물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양 양 羊’자를 더하는가 하면, 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발을 그려 넣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서(隸書)에 들어 지금의 ‘누구 숙 孰’자로 고정되었다. 이후 ‘누구 숙 孰’자가 ‘누구’, ‘무엇’이라는 의문 대명사로 가차되어 쓰이자, 원래 뜻을 표현할 때에는 ‘불 화 火’자를 더하여 ‘익을 숙 熟’자로 분화했다.
‘익을 숙 熟’자는 제단에 올리기 위해(孰) 제수를 불(火)에 삶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익다’와 ‘익히다’는 뜻이 생겼다. 다시 ‘낯이 익다’, ‘익숙하다’의 뜻이 나왔으며, 이후에 ‘숙련(熟練)되다’, ‘정도가 깊다’, ‘성숙(成熟)되다’ 등의 뜻은 물론 사람 사이의 익숙함도 뜻하게 되었다.
서라벌신문 기자 / press@srbsm.co.kr입력 :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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